잉글랜드축구협회(FA) 공식 대변인 계정은 25일(한국시간) “로메로가 12월 20일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이후 부적절한 행동으로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FA는 “로메로는 93분 퇴장 이후 경기장을 즉각 떠나지 않았고, 심판에게 대립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2026년 1월 2일까지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21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전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사비 시몬스가 퇴장당한 악조건 속에서도 1-2까지 따라붙었지만, 경기 막판 로메로가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를 받으며 그대로 무너졌다. 추격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린 결정적 순간이었다.


더 큰 비판을 받는 이유는 퇴장 장면의 성격 때문이다. 로메로는 수비 상황에서 불가피한 반칙을 범한 것이 아니었다. 리버풀 센터백 이브라히마 코나테와 공중볼 경합 도중 넘어지며 얽혔고, 이후 순간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발길질을 했다. 불필요한 행동, 불필요한 퇴장이었다.
경기 후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첫 번째 경고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지만, 로메로의 두 번째 경고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주장이라면 가장 먼저 자제했어야 할 장면에서, 그는 또다시 ‘폭발 버튼’을 눌렀다.

로메로의 카드 관리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는 토트넘 소속으로 143경기를 뛰며 경고 40장, 경고 누적 퇴장 4회, 다이렉트 퇴장 1회를 기록 중이다. 거친 수비를 넘어 통제되지 않는 감정이 반복적으로 팀을 위험에 빠뜨려 왔다.
이번 퇴장으로 로메로는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 결장이 확정됐다. 여기에 FA의 판단에 따라 벌금이 아닌 추가 출장 정지 징계까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브렌트포드 원정, 선덜랜드전까지 연속 결장할 수 있다.
박싱데이를 앞둔 토트넘에는 치명적인 변수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 17경기에서 6승 4무 7패(승점 22)로 14위에 머물러 있다.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수비의 핵이자 주장까지 잃는다면 추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주장 해임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로메로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LAFC로 떠난 손흥민에게서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지만, 책임감과 통솔력 면에서는 전임 주장과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팀을 하나로 묶었던 손흥민과 달리, 로메로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토트넘 내부 사정에 밝은 폴 오키프는 “토트넘엔 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고 지적했고, 알렉스 크룩 기자는 로메로를 두고 “토트넘이 망가진 이유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직격했다. ‘풋볼 팬캐스트’ 역시 “로메로는 시한폭탄이었다”며 주장 교체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기장에서의 무책임한 퇴장, 흔들리는 팀 기강, 그리고 주장으로서의 자격 논란. 로메로는 지금 토트넘의 모든 문제를 한 몸에 안고 있다. 주장 완장은 상징이 아니라 책임이다. 로메로가 이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토트넘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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