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의 성과로 정리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손흥민(33)의 2025년은 결과보다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유럽 축구 데이터 매체 '트랜스퍼마크트'는 최근 '2025년 축구계를 뒤흔든 8가지 기적'을 선정했다. 인구 15만 명의 퀴라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오른 사건, 볼로냐의 코파 이탈리아 제패,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컵 우승 등 대부분은 팀 단위의 이변이었다. 그런데 목록 한가운데, 유독 다른 결의 항목이 있었다.
트랜스퍼마크트는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토트넘의 성공'이 아닌 '손흥민의 기적'으로 분류했다. 우승 트로피의 주체를 팀이 아니라 주장 개인에게 돌린 선택이었다. 흔치 않은 판단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27/202512271530777545_694f81eb861ae.jpg)
결승 무대는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였다. 토트넘 홋스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브레넌 존슨의 한 방이 승부를 갈랐고, 손흥민은 후반 교체로 투입돼 수비 가담과 압박으로 남은 시간을 책임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27/202512271530777545_694f81eee4713.jpg)
이 우승이 특별하게 다뤄진 이유는 손흥민의 커리어 궤적 때문이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그는 긴 시간 동안 클럽 무대에서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대표팀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경험했지만, 유럽 클럽 축구에서는 늘 문턱에서 멈췄다.
시간은 쌓였다. 토트넘에서만 10년. 그 사이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 등 팀을 대표하던 스타들은 하나둘씩 우승을 찾아 떠났고, 실제로 정상에 올랐다. 손흥민에게도 같은 선택지는 늘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남았다. 팀이 흔들릴 때도, 무관의 상징처럼 불릴 때도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2023년 주장에 오른 뒤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리그 성적은 기복을 보였고, 토트넘은 상위 경쟁에서 멀어졌다. 대신 유로파리그에서 목표는 분명해졌다. 손흥민은 그 무게를 받아들이고 중심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우승은 단순한 한 시즌의 성과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세 번째 주장으로 기록됐다. 1970~80년대 이후 40년 넘게 이어진 공백을 끊은 이름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27/202512271530777545_694f81ef9d52d.jpg)
그 해의 끝은 또 다른 장면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여름에 LAFC 유니폼을 입었다. 유럽 잔류, 사우디 이적 등 여러 선택지 대신 가장 분명한 비전을 택했다. 적응은 필요 없었다. 그는 곧바로 최전방으로 이동해 드니 부앙가와 호흡을 맞췄고,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합쳐 13경기 12골 4도움으로 리그를 흔들었다.
시즌의 정점은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 밴쿠버 화이트캡스전이었다. 전반 0-2, 탈락이 보이던 순간. 후반 15분 추격골로 흐름을 바꿨고,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프리킥에서 오른발이 다시 빛났다. 믿기 힘든 궤적의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지만, 그 장면만큼은 승패를 넘어섰다.
이 장면은 미국 '폭스 스포츠'의 '2025 올해의 톱10 영상'에 포함됐다. 순위는 9위. 단순한 득점이 아니라 한 시즌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더 흥미로운 건 불과 며칠 전 A매치에서도 거의 같은 위치, 같은 궤적의 프리킥이 재현됐다는 점이다. 발끝의 장면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27/202512271530777545_694f81f04e3d1.jpg)
2025년의 손흥민은 하나의 이야기로 묶인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길었던 무관의 시간을 끝냈고, MLS 무대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을 남겼다. 트랜스퍼마크트가 '선수 개인의 기적'으로 분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시즌의 반전이 아니라, 10년을 통과한 끝에 도착한 장면. 손흥민의 2025년은 그렇게 기록됐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