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메달을 33년 만에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35년 만에 재회한 두 사나이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988년 10월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서울올림픽 남자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한국의 박시헌(60)과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56)가 맞붙었다. 유효타에서 86-32로 존스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경기였다.

하지만 판정은 박시헌의 금메달이었다. 3대2 판정승으로 박시헌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해설진이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분노했다. 누가봐도 존스의 금메달이 확실한 경기였다.
올림픽 복싱사상 최악의 오심으로 꼽힌 경기였다. 알고보니 동독이 메달순위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박시헌도 피해자였던 셈이다. 박시헌은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올림픽 후에 23세의 어린 나이로 은퇴했다.

불명예로 얼룩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박시헌은 지도자로 활동하지 못하고 체육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박시헌의 삶은 2023년 개봉된 영화 ‘카운트’에서 다뤄졌다.
서울올림픽 은메달에 그친 로이 존스 주니어는 4체급을 석권한 복싱의 레전드가 됐다. 박시헌은 2001년부터 국가대표 코치를 맡아 복싱계로 돌아왔다. 현재 그는 서귀포시청 복싱팀을 가르치고 있다.
박시헌은 2023년 미국으로 찾아가 로이 존스 주니어를 만났다. 박시헌은 “35년간 링에서 당신을 기다렸다. 서울올림픽 금메달을 가져왔다. 88년에는 내가 이 메달을 가져갔지만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이 메달은 당신 것”이라며 존스에게 메달을 건넸다.
감동을 받은 존스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올림픽에서 그 순간이 내 인생을 바꿨다”면서 해당 장면을 최근 자신의 유튜브채널과 SNS에 공개했다.
![[사진] 로이 존스 주니어 유튜브](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28/202512280012775705_694ff7bac0a6e.png)
팬들은 “존스도 힘들었지만 박시헌도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 지금이라도 비극적인 사건이 봉합돼 다행”이라고 감동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