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23경기 만에 첫 골 터뜨린 비르츠, 경기 POTM까지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12.28 10: 44

마침내 플로리안 비르츠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안필드에서 그는 ‘기다림’의 끝을 증명했다.
리버풀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2-1로 꺾었다. 이날 경기의 중심에는 마침내 리버풀 데뷔골을 터뜨린 플로리안 비르츠가 있었다.
비르츠는 이 경기로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23번째 출전 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순한 득점 이상의 의미였다. 경기 내내 그는 템포를 조율하고, 패스를 꿰뚫고, 수비 사이를 미끄러지듯 파고들며 리버풀이 왜 1억 1,600만 파운드(약 2,1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했는지를 보여줬다. 과거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장면들이 안필드에서 재현됐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리버풀 팬들이 안필드 곳곳에서 비르츠의 움직임을 주목했다고 전했다. 비르츠의 변화는 체력에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 구단 피지오팀은 비르츠를 위해 잉글랜드 축구에 특화된 맞춤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도 높은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적응하기 위해 비르츠는 체중을 약 2kg 늘렸고, 웨이트 트레이닝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상대보다 두세 박자 빠르게 움직이며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드리블로 압박을 벗겨내고, 수비 라인 사이로 바늘구멍 같은 패스를 찔러 넣었다. 무엇보다 골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영리한 침투, 정확한 타이밍,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 독일 선수 특유의 성실함과 효율성에, 스페인 미드필더를 연상케 하는 섬세함이 겹쳐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물론 반론은 있다. 상대가 리그 최하위 울버햄튼이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울버햄튼은 리그 최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비르츠가 보여준 건 상대의 수준을 넘어선 장면들이었다. 그는 이 리그에서 '차세대 크리에이터'로 군림할 자질이 있음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드러냈다. 다만, 이적료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울버햄튼전 한 골만으로 모든 평가가 바뀌지는 않는다.
한편, 결과와 별개로 리버풀의 경기 내용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지난주 토트넘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리버풀은 후반 들어 불안한 흐름을 노출했다. 두 경기 모두 2-1 승리였지만, '잘 빠져나왔다'는 인상이 강했다. 세트피스 실점은 리그 최다 수준으로, 아르네 슬롯 감독 역시 개선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인 평가도 엇갈렸다. 페데리코 키에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사실상 첫 의미 있는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경쟁에 참여할 자격은 증명했다는 평가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제레미 프림퐁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존재감을 남겼다.
비르츠의 골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안필드에서의 첫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리버풀이 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격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그 답은 앞으로의 시간 속에 있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