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의 유산’이라고 불리던 손아섭 강민호 황재균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부산 사직구장을 누비며 2010년대 초반 롯데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손아섭은 당시 최정상급 안타 기계로 떠오르고 있었고 강민호는 일찌감치 롯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으며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10년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 되어 온 황재균은 롯데 핫코너를 책임졌다. 이들은 모두 국가대표에 뽑히며 스타성과 실력을 모두 입증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6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2016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황재균은 1년 간의 빅리그 도전을 마치고 2018년 한국으로 복귀했지만 롯데가 아닌 KT 위즈로 이적했다.
이후 2017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강민호는 삼성 라이온즈로 충격의 이적을 단행했다. 손아섭과 함께 FA를 맞이했는데, 롯데가 손아섭과 협상에 집중하느라 강민호를 소홀히 했고 결국 ‘삼민호’가 현실이 됐다.

2017시즌이 끝나고 손아섭도 수도권 구단과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롯데가 가까스로 붙잡으면서 ‘손강황’이 모두 떠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손아섭은 2021시즌까지 롯데에 남았지만 두 번째 FA 때는 달랐다.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손강황’은 완전히 해체됐다.
이후 저마다의 커리어를 설계하고 잘 쌓아갔다. 황재균은 신생팀 티를 벗지 못하던 KT의 베테랑 리더로서 역할을 했고 2021년 주장을 맡으면서 창단 첫 우승까지 이끌었다. 강민호는 삼성에서 포수 레전드의 길을 걸어갔다. 올해 포수 최초 350홈런을 돌파했고 포수 최다 출장 기록은 물론 안타 홈런 타점 등 포수가 기록할 수 있는 모든 누적 기록의 맨 위에는 강민호의 이름이 쓰여져 있다.
손아섭은 NC에서 박용택의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깨뜨리며 현재 최다안타 1위로 올라섰다. 이 기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후 한화로 트레이드 되면서 ‘우승 청부사’로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3명 모두 롯데를 떠나서야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강민호와 손아섭은 우승 반지가 없지만 황재균은 우승 반지를 손에 넣으며 최고 영광의 순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2025년 겨울, 이들은 나란히 FA 자격을 얻었지만 서로 다른 운명들과 마주했다. 나이로 따졌을 때 중간에 위치한 황재균은 20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고참 강민호는 4번째 FA 계약에 성공하는 역사를 완성했다. 반면, 손아섭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황재균은 올 겨울 3번째 FA를 맞이했다. 메이저리그 도전 이후 한국 무대로 돌아오면서 KT와 4년 88억, 2021년이 끝나고 두 번째 FA때 4년 60억원 계약을 맺으면서 KT와 함께했던 황재균은 올해 3번째 FA를 맞이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는 확실한 주전이 아닌 백업 역할을 맡아야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쓰임새가 있었다. KT도 다년계약은 아니지만 단년 계약에 고액 연봉을 제안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스스로 만족을 못 느낄만한 성적을 내면서부터 고민했고 그래도 1군에서 뛰면서 마무리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많이 슬펐지만 창피하게 은퇴하기 싫어서 결정했다”라고 말하며 1군 선수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택했다.
황재균은 통산 2200경기 타율 2할8푼5리 2266안타 227홈런 1121타점 235도루 OPS .785의 준수한 커리어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벌써 4번째 FA를 맞이하게 된 강민호는 롯데가 아닌 ‘삼성맨’으로서 이미지가 이제는 또렷해졌다. 2017년 시즌이 끝나고 삼성과 4년 80억원 계약을 맺은 뒤 2021시즌 이후 3번째 FA 때 4년 36억원 계약을 체결하며 FA의 산 증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40세 시즌까지 건재한 주전 포수로서 활약했고 2025년 해를 넘기기 전에 삼성과 2년 최대 20억원 계약을 체결하면서 KBO 역사상 최초로 4번의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4번의 FA 총액은 211억원으로 역대 5번째로 200억 클럽에 가입했다.
황재균과 마찬가지로 3번째 FA를 맞이한 손아섭은 차디찬 현실과 마주했다. 역대 최다 안타(2618개)를 기록하면서 안타를 칠 때마다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손아섭이다. 하지만 외야수로서 활용도는 물론 타자로서 생산력에도 의문이 생기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NC에서 한화로 이적하며 ‘우승 청부사’가 되어주기를 바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5년 111경기 타율 3할7푼2리(372타수 107안타) 1홈런 50타점 39득점 OPS .723의 성적을 기록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LG 트윈스에 밀려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후 FA 시장에 나왔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FA 미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화는 이미 FA 시장에서 거포 강백호를 4년 100억원에 영입하면서 손아섭이 맡고 있던 외야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채웠다. 한화는 손아섭이 그리 절박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계약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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