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커리어하리를 찍어라.
KIA 타이거즈 타선은 2026 시즌 커다란 숙제를 안았다. 리드오프 박찬호에 이어 4번타자 최형우가 FA 자격을 얻어 친정 삼성으로 이적했다. 당장 공격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부상으로 쓰러진 천재 김도영의 부활, 베테랑 듀오 나성범과 김선빈의 풀타임 활약이 절실하다. 여기에 올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김호령(33)과 오선우(29)의 계속된 활약도 필요하다.
두 선수는 올해 힘겨웠던 KIA 타선의 유이한 희망이었다. 김호령은 올해 데뷔 11년차를 맞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데뷔할 때부터 탁월한 중견수 수비력을 인정받았으나 좀처럼 타격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주전에서 백업으로 밀려난 이유였다. 작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데다 올해는 젊은 박정우와 신인 박재현에게 밀려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그대로 커리어가 끝나는 듯 했으나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범호 감독의 쪽집게 과외를 받아들이며 타격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동안 여러차례 감독이나 코치의 조언이 있었으나 자신만의 타격이론을 고집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처럼 타격이 나아지지 않자 이 감독의 지적(크로스 스탠스)을 받아들인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105경기 381타석에 들어서 타율 2할8푼3리 6홈런 39타점 46득점 12도루 OPS .793의 커리어하이 성적을 냈다. 호령존의 중견수 수비능력에 타격까지 받쳐주면서 주전으로 우뚝섰다. 중견수 주전이었던 최원준이 백업으로 밀려났고 끝내 트레이드로 이적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김호령은 계속되는 출전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기력을 회복해 개인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시즌을 마쳤다.
김호령의 장점은 경기 체력이 뛰어다다는 점이다. 장타력이 급등한데다 도루능력까지 갖췄기에 여러가지로 쓸모가 많다. 루상에서는 주루능력까지 뛰어나고 번트도 잘댄다. 작전수행능력까지 탄탄하다. KIA는 박찬호의 이적으로 테이블세터진 구성이 쉽지 않다. 경험까지 많이 축적되면서 리드오프 기용 가능성도 엿보인다. 내년 시즌 팀에게는 김호령의 올해처럼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선우는 토종거포의 출현을 알렸다. 더군다나 최형우와 나성범 처럼 외부 FA 영입이 아닌 팀에서 성장한 거포라는 점에서 반가운 등장이었다. 124경기 474타석 2할6푼5리 18홈런 56타점 58득점 OPS .755의 기록을 올렸다. 대졸선수로 입단 7년만에 주전거포로 우뚝섰다. 특히 18홈런을 터트린 장타능력은 팀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요소이다.

내년 시즌에는 4번타자 최형우의 이적으로 생긴 장타 공백을 오선우가 어느 정도는 메워주어야 한다. 20홈런에 대한 강한 의욕도 보이고 있다. 3할 타율을 유지하다 좌투수의 떨어지거나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며 애버리지가 떨어졌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배터리와의 수싸움과 선구안으로 극복해야할 지점이고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확실하게 거포로 자리를 잡아야 최형우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일단 붙박이 1루수로 나선다. 마무리 캠프에서 매일 400개의 펑고를 받으며 수비력 강화에 땀을 흘렸다. 이 감독은 기회를 주어 거포로 키우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 모처럼 등장한 토종거포를 간판타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KIA에게는 부상선수들의 부활도 중요하지만 두 히트상품의 계속된 활약도 공격력을 좌우할 절대적인 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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