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3, 삼성생명)이 11번째 우승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국을 떠난다. 쉴 새 없이 코트를 누벼야 하는 그의 일정에 중국에서도 안세영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 '소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안세영, 그녀는 기계인가? 우승 잔치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벌써 2026년 해외 여정을 시작한다"라고 조명했다.
매체는 "눈부신 마무리였다. 안세영은 2025년 한 해 동안 여자 단식 타이틀을 무려 11개나 들어 올리며 94.8%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 3600만 원)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 안세영의 놀라운 기록 이면에 숨겨진 '체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소후는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은 숨 돌릴 틈도 없다. 그는 2025시즌의 피로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12월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다. 다른 사람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지만, 안세영에게는 또 다른 '전투'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낸 안세영이다. 그는 올해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인도 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에서 차례로 우승하며 10관왕에 올랐다. 이는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여자 단식 단일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을 넘어서는 업적이었다.
피날레도 화려했다. 안세영은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를 게임 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총 1시간 36분이 걸린 혈투였다.
안세영도 매치 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왼쪽 허벅지에 경련이 왔지만, 투혼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며 시즌 11승을 달성했다. 그 덕분에 그는 2025년 마지막 대회에서도 정상에 등극하며 2019년 일본의 전설적인 남자 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가 세운 최다승 기록(11승)을 따라잡았다.
안세영의 11번째 우승으로 탄생한 대기록은 11관왕만이 아니다. 그는 월드투어 파이널 단식 우승으로 상금 24만 달러(약 3억 4400만 원)를 획득하며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수입 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리고 77경기에서 73승 4패를 거두며
괴물 같은 승률 기록도 탄생했다. 94.80%라는 승률은 역대 6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 중 압도적 1위다.

하지만 안세영에겐 기뻐할 틈도 없다. 그는 지난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잠시 숨을 골랐으나 오는 31일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안세영은 내년 1월 6일 시작되는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으로 2026년 일정을 시작한 뒤 인도 뉴델리로 넘어가 인도 오픈(슈퍼 750)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 압도적인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그는 상위권 선수들은 무조건 참가해야 하는 '톱 커미티드' 규정에 따라 출전이 의무다.
중국에서도 안세영의 강행군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소후는 "일정을 보면 '빡빡한 일정'이라는 말이 바로 떠오른다. 말레이시아 오픈과 인도 오픈 둘 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 대회다. 만약 안세영이 결승에 오른다면 2주 안에 거의 10경기를 치르는 매우 힘든 일정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매체는 "한 가지 우려되는 건 안세영이 지난 시즌 소화한 경기 수다. 그녀는 올해 총 77경기에 출전해 73승을 거두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수는 매우 힘들고 지친 싸움이었다. 게다가 안세영은 끊임없는 움직임과 끈질긴 세이브를 특징으로 하는 수비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가졌기에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도 높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안세영은 2026년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이 기록들을 계속 깨고 싶다"라며 "계속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이보다 더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다. 내가 완벽한 경기를 할 때가 내 전성기다.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소후는 "현재 안세영에게는 4월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그랜드슬램 달성, 9월 아시안게임 타이틀 방어, 세계선수권 챔피언 탈환이라는 여러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운동선수의 야망은 당연한 거다. 안세영의 '무패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는 프로선수로서 훌륭한 자세다. 하지만 어떤 기계라도 과부하가 걸리면 고장이 나기 마련"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안세영은 이미 무릎 부상을 비롯한 여러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만약 우승과 참가에만 초점을 맞춘 지금의 일정이 계속된다면 안세영의 전성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협회와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BWF에서 기존의 21점 방식을 15점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당 점수를 줄여 선수들의 피로 누적과 부상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안세영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안세영 같은 톱스타 선수들이 더 오래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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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 BWF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