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안성기가 세상을 떠난 가운데, 60여 년을 함께해 온 ‘가왕’ 조용필과의 인연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조용필은 고인의 오늘(5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오랜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울 경동중학교 시절부터 60여 년 우정을 이어온 그는 조문 자리에서 “성기야, 잘 가라. 가서 편안히 쉬어라”며 애틋한 작별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성기와 조용필은 서울 경동중학교 동창으로, 3학년 당시 같은 반에서 짝꿍으로 지냈다. 당시 조용필은 29번, 안성기는 바로 옆자리인 30번이었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놀 정도로 가까웠던 두 사람은 이후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안성기는 지난 2018년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한 릴레이 인터뷰 첫 주자로 나서, 오랜 우정을 직접 꺼내 보인 바 있다. 그는 “(조용필은) 집에 놀러 다니고 했던 아주 친한 친구였다”며 “예전 사진을 보면 모범생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조용한 모범생이어서 가수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신만이 알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안성기는 친구를 “용필아”라고 부르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친구 조용필은 자연인으로서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가수 조용필은 어마어마하다. 진짜 거인”이라며 “가창력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창작 의지는 정말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늘 언제나 우리 곁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나눠주길 바란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의 우정은 방송에서도 공개됐다. 1997년 조용필이 출연한 KBS 음악 프로그램 '빅쇼'에 안성기가 게스트로 깜짝 등장한 것. 당시 조용필은 “크리스마스 때 집에서 밖에 못 나가게 했는데 성기가 밖에서 불러줬다”며 “아버지가 ‘안성기하고는 얼마든지 놀아도 된다’고 하셨다”고 어린 시절의 일화를 전했다.
이 무대에서 안성기는 조용필의 기타 반주에 맞춰 페기 리의 ‘자니 기타(Johnny Guitar)’를 함께 불렀다. 조용필 옆에서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띤 채 노래와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두 사람의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안성기는 당시 “친하지만 조용필 옆에서 노래를 하니 떨리기도 하고, 영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뒤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졌다. 안성기는 2003년 한국 최초 천만 영화 '실미도'에 출연했고, 조용필은 이 영화 장면으로 정규 18집 타이틀곡 ‘태양의 눈’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최고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을 나란히 수훈하며, 팔짱을 낀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용필은 2024년 20집을 발표했지만, 안성기가 2019년부터 혈액암으로 투병하면서 두 사람의 공개적인 재회는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각기 다른 길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온 두 이름. 국민 배우 안성기와 가왕 조용필의 60여 년 우정은 그렇게 한국 대중문화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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