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매직'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기분 좋은 승리로 아시안컵 첫발을 내디뎠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중동의 강호' 요르단을 2-0으로 제압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선 베트남이 열세로 보였다. 하지만 4-4-2 대형으로 나선 베트남은 전반부터 요르단을 몰아붙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쿠앗 반 캉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고, 전반 9분엔 팜 민 푹이 결정적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몰아치던 베트남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10분 공격수 딘 박이 코너킥을 올린 게 상대 수비수 손에 맞았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거쳐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직접 키커로 나선 딘 박이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기세를 탄 베트남은 전반이 끝나기 전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이번에도 세트피스에서 차이를 만들었다. 쿠앗 반 캉이 올린 코너킥을 응우옌 히에우 민이 헤더로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전반에만 두 골을 넣은 베트남은 후반 들어 공격적으로 나선 요르단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육탄 방어로 버텨내며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후반 28분 3명을 한꺼번에 교체한 뒤로는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으로 요르단을 위협했다. 후반 추가시간 장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지 않았다면 3번째 골이 나올 수도 있었다.
결국 베트남은 끝까지 실점을 허락하지 않고 2-0 완승을 거두며 '복병' 요르단을 잡아내는 저력을 뽐냈다. 후반엔 요르단에 슈팅 13개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유효슈팅은 2개만 허용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순식간에 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른 베트남이다. AFC는 "베트남 U-23 선수단은 조직력이 좋고, 다재다능하며, 이미 성공적인 경험을 쌓았다. 특히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실제로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강력한 우승 후보다.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과 맞대결에서 베트남을 과소평가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게 정반대로 드러났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베트남넷'에 따르면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 골을 넣은 게 결정적이었다. 세트피스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라고 강조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 선수들이 지시를 아주 잘 따랐다. 지난 대회에서도 세트피스로 많은 골을 넣었다. 선수들이 많이 훈련한 덕분이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줘서 요르단을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제 다음 상대는 키르기스스탄이다. 베트남은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한 뒤 최종전에서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한다. 김상식 감독은 "선수들은 최대한 회복하고, 두 번째 조별리그 경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우고, 사우디와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르단의 오마르 나지 감독은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다. 경기 전에도 말했듯이, 작은 디테일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두 선수의 개인적인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이 경기 시작부터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그들은 안일했고 베트남 선수들의 강점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김상식 감독은 동남아 대표팀을 지휘하는 유일한 한국인 지도자다. 박항서 감독을 시작으로 한국 지도자 붐이 일었지만, 김판곤 전 말레이시아 감독과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감독에 이어 최근 하혁준 감독도 라오스를 떠났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만큼은 승승장구 중이다. 그는 지난 2024년 5월 필립 트루시에 감독의 뒤를 이어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베트남축구협회(VFF)는 '쌀딩크'로 추앙받았던 박항서 감독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인 지도자에게 팀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상식 감독은 2024 동남아 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7월엔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아 축구 연맹(AFF)까지 제패했다. 그리고 2025년 마지막 대회였던 SEA 게임에서도 우승하며 베트남의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이는 2005년부터 시작된 대회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그 덕분에 김상식 감독은 동남아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미쓰비시컵과 AFF U-23 챔피언십을 모두 제패한 최초의 지도자가 됐고, 역대 최초로 한 해에 동남아 메이저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그리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한 수 위로 평가받던 요르단을 무너뜨리며 또 한 번 베트남을 열광케 한 김상식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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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VFF, 시시아골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