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은퇴를 선언했는데 존재감은 아직도 현역이다. 황재균이 ‘영원한 마법사’를 자청하며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옛 동료들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21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프로야구 KT 위즈가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질롱으로 출국하는 현장에 ‘몰래 온 손님’이 찾아왔다. KT 부동의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작년 12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철인’ 황재균이었다.
KT의 이날 호주 멜버른행 비행기 이륙 시각은 오전 8시(멜버른 착륙 후 차량을 통해 질롱으로 이동한다). 이에 선수단이 오전 4시 수원KT위즈파크를 출발해 5시 경 공항에 도착했는데 현장에 KT 트레이닝복이 아닌 사복 차림을 한 황재균이 깜짝 등장했고, 불과 한 달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을 열과 성을 다해 격려했다.


황재균은 빈손으로 공항에 오지 않았다. 샌드위치, 스콘, 쿠키, 딸기주스가 담긴 간식박스를 준비해 옛 동료들에 일일이 나눠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간식박스에는 ‘5년 전 마법 같은 기적을 다시 한 번! 이제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응원합니다. 2026시즌 KT 위즈 파이팅! -영원한 동료 황재균-’이라는 진심을 담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워낙 일찍 일어난 터라 허기가 졌던 KT 선수들은 황재균 덕분에 속을 든든히 채우고 멜버른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3년 총액 50억 원 조건에 새롭게 합류한 김현수에게 등번호를 선물, 훈훈함이 전해졌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김현수는 올 시즌 KT에서 등번호 '28'을 새길 예정이었으나 황재균이 최근 은퇴 기념 식사 자리에서 ‘절친’ 김현수에게 자신의 등번호 ‘10’을 달고 뛰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김현수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황재균이 오랫동안 달았던 ‘10’의 새 주인이 탄생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현수는 “예전에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비롯해 동기들끼리 (황)재균이랑 밥을 먹었다. 그 때 은퇴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 나눴다”라며 “오늘 안 하던 짓을 하길래 왜 샌드위치를 사왔냐고 했다. 잘 먹겠다고 인사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황재균은 2025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 FA 권리를 행사한 현역 연장 의지를 보였으나 KT의 단년 계약 제안을 받고 고심 끝 12월 19일 전격 현역 은퇴했다.
황재균은 당시 자필편지를 통해 "딱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큰 부상 없이 팀에 헌신하고, 늘 모든 면에서 노력하던 선수 황재균으로 많은 분들께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겸손하고, 예의바르고 사건 사고 없이 좋은 기억으로만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눈물의 은퇴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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