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집으로 데려오지 못했다” 베시아의 10분, 그리고 평생의 기억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02.14 10: 25

가슴 아픈 이별 이후 넉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알렉스 베시아가 차마 말로 옮기기 어려웠던 시간을 꺼냈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보도에 따르면 LA 다저스 좌완 알렉스 베시아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6분 넘는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말, 갓 태어난 딸 스털링 솔을 떠나보낸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을 연 자리였다.
베시아는 아내 케일라와 함께 다저스 구단과 야구계가 보내준 지지와 위로에 감사를 전했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건 삶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단 10분이면 충분했다. 스털링 솔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였다. 우리는 아이를 안고, 기저귀를 갈고, 책을 읽어주며 사랑할 수 있었다. 함께한 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는 “그 소중한 순간들은 우리 둘만의 기억으로 간직하겠다. 우리가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또 야구 시즌의 굴곡을 지나가는 동안 사생활을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베시아는 월드시리즈 초반 토론토 원정에 동행하지 못했고, 끝내 팀에 복귀하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도중 다저스 불펜 투수들은 베시아를 응원하는 의미로 그의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모자를 착용했다. 며칠 뒤에는 상대팀 토론토 블루제이스 불펜 투수들까지 같은 방식으로 연대의 뜻을 전했다.
베시아는 “월드시리즈를 보다가 루이스 발랜드의 모자에 51번이 적힌 걸 봤다. 곧바로 그의 형 거스 발랜드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냐’고 묻자 그는 ‘발랜드 형제는 너를 사랑한다. 토론토 불펜 전체가 같은 마음이다. 이건 야구보다 더 큰 일이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나는 감정이 북받쳤다. 야구 공동체와 그 안에서 맺은 관계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시 느꼈다. 야구는 단지 야구 그 이상이었다”고 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블루제이스가 보여준 행동은 야구 공동체의 형제애를 상징한다. 인생이 먼저다. 하지만 베시아가 월드시리즈 여정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그가 우리 팀에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시아는 월드시리즈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가족 곁을 지키는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가족이 나를 더 필요로 했다”며 “월드시리즈는 우리 어둠 속의 작은 빛이었다”고 표현했다.
이후 그는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 훈련을 시작했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정신적인 명료함을 주었다”고 했다. 다시 팀 동료들 곁으로 돌아온 것도 큰 힘이 됐다. 새 시즌은 그에게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되고 있다.
베시아는 아내와 함께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슬픔을 말로 꺼내는 과정이 치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차이를 만든다. 아이를 잃었거나 어떤 어려움과 싸우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도움을 구하길 바란다.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정신 건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고른 뒤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딸을 집으로 데려오지 못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아이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힘든 시간이지만, 우리는 괜찮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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