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에 안 따라 가네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새 외국인타자가 대외 실전 첫 타석에서 홈런아치를 그리며 기대감을 낳았다. 그것도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잇따라 골라낸 이후에 한 방을 터트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었다는 선구안과 컨택력으로 만들어낸 장타였다.

빅리거 출신 해럴드 카스트로(34)는 24일 오키나와현 가데나 구장에서 열린 WBC 국가대표와의 평가전에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석 3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대표팀 선발투수 고영표의 슬라이더(132km)를 걷어올려 큼지막한 우월 투런포를 폭발하며 빅리거의 위용을 뽐냈다.
KIA는 이날 아마미오시마 1차 캠프를 마치고 오키나와로 이동해 첫 대외실전을 가졌다. 재러드 데일, 김호령, 윤도현에 이어 4번타자 겸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넣었다. 1회초 데일이 볼넷을 골라내도 폭투로 2루를 밟았다. 득점권 찬스에서 2사후 타석에 들어섰다. 고영표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꿈쩍 안하더니 2-0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가볍게 끌어당겨 대형아치를 그렸다. 중계 해설을 맡은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유인구 변화구에 방망이가 따라가지 않았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며 박수를 보냈다. 고영표의 주무기 체인지업은 골라내기가 쉽지 않은 궤적인데도 참아냈다는 것이다.
카스트로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자 더그아웃 분위기는 환호성으로 넘쳐났다. 새로운 외국인타자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경기전 이범호 감독도 한 달 동안 아마미 1차 캠프에서 지켜본 카스트로에 대해 "적응을 잘하고 연습을 게을리 하는 유형의 선수도 아니다. 몸 관리도 굉장히 잘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사령탑의 기대에 100% 부응하는 한 방이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노경은을 상대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6회는 유영찬의 볼을 공략했으나 1루 땅볼에 그쳤다. 세 타석에서 헛스윙을 하지 않고 볼을 차분히 골라내며 공략했다. 타석에서 허둥거리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존에 들어오는 공을 기다렸다.

이미 자체 청백전에서도 안타와 2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대표팀을 상대해서도 자신의 타격으로 연착륙하는 모습이었다. 2경기에서 4타점이나 생산했다. 찬스에 강하다는 평가가 허언이 아니라는 점도 과시했다. 4번이든 5번이든 중심타선에서 충분히 빅리거의 위용을 과시할 것이라는 기대치도 한껏 높여주었다. 당연히 삼성으로 이적한 해결사 최형우의 공백도 메울 수 있다는 희망도 커졌다.
KIA는 작년 36홈런을 터트린 패트릭 위즈덤과 과감히 재계약을 포기하고 카스트로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정교한 타격이 장점이었으나 작년 트리플 A에서 21홈런을 터트리는 등 장타력까지 터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감독은 "KBO리그에서라면 타율 3할에 20홈런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며 긍정적인 전망하고 있다. 사령탑의 진단이 적중할 것 같은 멋진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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