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이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4, 삼성생명)이 불참한 독일 오픈에서 금메달 4개를 쓸어 담으며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는 2일(한국시간) 독일 뮐하임에서 막을 내린 2026 독일 오픈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슈퍼 300)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대표팀은 여자 단식, 여자 복식, 남자 복식, 혼합 복식 등 4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영오픈을 앞두고 최고의 워밍업을 마쳤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여자 단식이었다. 세계 2위 왕즈이(중국)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천적' 안세영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불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즈이는 결승에서 동료 한첸시에게 세트 스코어 0-2로 완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생애 첫 슈퍼 300 타이틀을 거머쥔 한첸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왕즈이는 매우 강한 상대였지만, 내가 실수가 적었고 운 좋게 들어간 샷들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벽이 없는 대진표에서 얻어낸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매체들은 "여자 단식의 세대교체와 두터운 선수층을 확인했다"며 자화찬에 열을 올렸다.
중국 대표팀이 독일에서 거둔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라는 성적은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번 대회는 전영오픈을 앞두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빈집'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7개 대회 연속 우승과 32연승을 달리고 있는 안세영이 버티고 있는 전영오픈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왕즈이는 최근 안세영에게 10전 전승을 헌납하며 '안세영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에서 자기들끼리 우승 다툼을 하며 올린 기세가, 정작 셔틀콕 여제가 등장하는 버밍엄 코트 위에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1899년 시작된 전영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대회다. 총상금만 145만 달러(약 21억 원)에 달하는 이 대회에서 안세영은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2023년 우승으로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정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지난해에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안세영에게 남은 것은 '연패'다. 과거 박주봉, 길영아 등 복식 전설들이 이 대회에서 연패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단식에서 2년 연속 제패는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안세영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한국 단식의 역사는 다시 한번 안세영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된다.
현재 안세영의 기세는 통계조차 비웃을 수준이다. 지난해 단일 시즌 11승, 승률 94.8%라는 '사기 캐릭터'급 성적을 냈던 그는 올해도 무결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월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을 쓸어 담더니, 아시아단체선수권까지 석권하며 올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성적까지 포함하면 무려 7개 대회 연속 우승에 32연승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안세영을 만나는 것 자체가 재앙"이라는 경쟁자들의 곡소리가 들릴 법하다. 큰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라는 변수만 없다면, 이번 전영오픈 역시 안세영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진운도 나쁘지 않다. 세계 2위 왕즈이(중국)와는 최근 10차례 맞대결에서 10전 전승을 거두며 완벽한 '천적'임을 입증했다. 세계 3위 천위페이(중국) 역시 지난 시즌 7번 만나 5승 2패로 압도했다. 누구를 만나도 "내가 이긴다"는 확신이 있는 안세영에게 대진표는 그저 통과 의례에 불과해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유럽 시즌의 중요한 출발점에서 완벽한 성과를 거뒀다"며 전영오픈 제패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한다면, 독일에서의 영광은 '우물 안 개구리'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중국의 이 '기세 타령'이 안세영의 라켓 끝에서 멈추게 될지,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시선이 전영오픈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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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