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대박 계약에도 선발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최원준(32·두산 베어스). 현실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는 지난해에도 그랬듯 팀을 먼저 외쳤다.
최원준은 지난 3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펼쳐진 일본 독립리그 팀 미야자키 선샤인즈와의 연습경기에 구원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21구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 142km 직구 아래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구사하며 본인의 마지막 연습경기를 기분 좋게 마쳤다.
최원준은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일본에서 마지막 경기라 체크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체크했다”라며 “이번 캠프는 부상 방지에 초점을 뒀다. 페이스는 앞으로 점차 올라올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신경 안 쓴다. 보직을 생각하기보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최원준이 보직을 언급한 이유는 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던 그가 최근 사실상 탈락 통보를 받았기 때문. 최원준은 스토브리그에서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 4년 38억 원 조건에 두산에 남아 선발투수를 꿈꿨지만, 김원형 감독은 이영하, 최민석, 최승용 등으로 4, 5선발 후보군을 좁히며 불펜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최원준은 “선발 경쟁은 이미 저 뒤로 가 있는 거 같다. 난 플랜D 정도 된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 현재로서 (최)민석이 페이스가 가장 좋다. 민석이가 좋아져서 선발로 믿고 쓰실 수 있을 거 같고, 이영하, 최승용은 경기력이 안 좋아서 장난으로 나까지 넘어오지 않게 하라고 하는데 준비는 다들 잘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투수조장으로서) 탈락하는 선수를 잘 위로해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선발 보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건 아니다. 올해만 잠시 후배들에게 양보를 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하는 플랜을 세웠다. 그리고 올해는 투수조장이자 FA 계약자답게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원준은 “어린 선수들이 빨리 선발에서 자리를 잡아야 팀이 강해진다. 난 그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올해까지만 그렇게 하고, 내년에는 시즌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께 다시 제대로 선발 경쟁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다. 올해는 감독님 생각이 너무 확고하시다. 그래서 뒤에서 궂은일을 열심히 하고, 내년에는 좋은 자리 하나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최원준은 두산 내에서 팀퍼스트 정신이 가장 강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올해는 야구명가 두산이 9위 수모를 씻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원준은 “박찬호가 온 게 너무 큰 효과를 낼 거 같다. 실제로 보니 너무 잘하고 놀랄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박찬호가 중심을 잡아주면 내야수들이 안정을 찾고, 그러면 투수들이 더 편하게 던질 수 있다. 4, 5선발 2명이 가장 걱정이긴 한데 감독님 주문대로 잘하면 충분히 상위권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기에 개인 목표도 팀의 우승으로 설정했다. 최원준은 “어린 선수들이 잘해서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뒤에서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리를 중위권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 투수도 좋고 타자도 좋다. 수비도 많이 좋아진 느낌이라 대권 도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고생하시는 (양)의지 형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물해드리고 싶다”라며 “선수들이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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