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코앞인데 비행기가 안 떠요!".
영국 매체 '가디언'은 5일(한국시간) "이라크축구협회(IFA)가 FIFA와 긴급 회담에 돌입했다. 멕시코에서 열릴 월드컵 대륙 간 PO 출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이라크 축구계를 덮쳤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정세 악화가 이라크 축구의 40년 만의 꿈을 집어삼킬 기세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이라크 영공이 폐쇄되면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마지막 관문인 대륙 간 플레이오프(PO)를 앞둔 이라크 대표팀이 사상 초유의 '고립 상태'에 빠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전쟁 여파로 인해 영공을 최소 4주간 폐쇄한다고 협회에 통보했다. 이로 인해 국내파 선수들을 포함한 선수단의 약 40%가 출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릴 운명의 플레이오프를 불과 몇 주 앞두고 터진 '날벼락'이다.
현재 이라크 대표팀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호주 출신의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은 UAE 두바이에 머물던 중 영공 폐쇄로 인해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행정적 마비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해 비자 발급이 필수적이지만, 중동 내 주요 대사관들이 전쟁 위협으로 문을 닫으면서 업무가 전면 중단됐다. IFA 관계자는 "선수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어 소집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육로를 통한 이동도 안전상의 이유로 고려하기 어렵다"며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이라크는 이번 3차 예선 B조에서 한국, 요르단에 밀려 3위를 기록했고, 이후 4차 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치열한 순위 다툼 끝에 대륙 간 PO 진출권을 따냈다. 당초 3월 31일(한국시간) 볼리비아와 수리남 경기의 승자와 본선행 티켓 한 장을 두고 단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었다.
만약 이란이 전쟁 등의 이유로 월드컵 출전을 보이콧하거나 박탈당할 경우, 아시아 차순위인 이라크가 본선권을 승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가 처한 물리적, 행정적 고립은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FIFA는 일단 "대회 정상 개최"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라크 선수단이 물리적으로 경기장에 나타나지 못할 경우 '기권 처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40년 만에 다시 멕시코 땅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으려던 이라크의 '사자'들이 축구공 대신 전쟁의 포화 속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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