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놀랐다.”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17년 만에 대회 1차전을 승리했다. 한국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C조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11-4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부터 괴롭히던 첫 경기 징크스를 탈출하면서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날 선발 투수는 소형준이었다. 오키나와 합숙 때부터 일찌감치 체코전 첫 경기 선발로 낙점 받았다. 체코가 아무리 약체라고 하지만, 대회 첫 경기의 부담감은 모두가 안을 수밖에 없고 소형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실 정말 떨렸다. 그래도 이제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잘 추스리고 다잡으려고 했는데, 경기 전에는 많이 떨렸다”며 “그래도 몸을 풀고 경기 루틴대로 준비를 하다 보니까 긴장감도 떨어지고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소형준은 극도의 긴장감을 이겨내고 3이닝 42구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그러면서 “첫 경기 어렵게 출발해서 안 좋은 결과들이 나왔는데 이번 대회는 또 첫 경기를 승리해서 좋은 흐름으로 이어갈 수 있어서 기뻤다”고 안도했다.
구속 자체는 소형준의 최대치를 찍었다. 투심 최고 구속이 92.9마일(149.5km)였고 평균 구속도 91마일(146.5km)에 달했다. “힘을 100% 쓴 느낌 보다는 정확한 로케이션을 가져가려고 했다. 긴장감이 올라오고 아드레날리이 올라오다 보니까 스피드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형준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체코 타자들의 컨택이 좋았다. 소형준의 주무기인 투심을 잘 맞춰냈다. 소형준도 “체코 선수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투심의 밑쪽으로 배트를 잘 넣어서 타격을 해서 놀라긴 했다”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타자를 상대해야 할지 생각하고 집중해서 피칭했다”고 말했다.
3이닝 동안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고 2회에는 2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고비마다 땅볼과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고 3이닝 42구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류지현 감독의 계획대로 50구 내에 3이닝을 마치면서 조별라운드 후반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50구 이상 던지면 4일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 조별라운드에서 더 이상 던질 수 없게 된다.
류지현 감독이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소형준이 다시 호주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열린 호주와 대만전, 호주의 3-0 승리를 지켜본 소형준은 “모두에게 첫 경기는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변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에 대해서는 “호주 타자들도 오늘 체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힘 있는 우타자들이 있고 또 큰 거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땅볼 유도 피칭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1.69의 땅볼/뜬공 비율을 기록하며 규정이닝 국내 투수들 가운데 가장 ‘땅꾼’의 기질이 다분했던 소형준이다. 소형준의 투심, 그리고 아드레날린은 이제 한국의 마지막 운명이 걸린 호주전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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