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는 어쩌면 절호의 궁합이 될 수도 있다. 장타력을 뽐낼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의 강력한 타선이 일본의 마운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한국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2차전, 숙적 일본과 맞대결을 갖는다.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되는 한일전이지만 현재 한국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 한일전 10연패, 최근 11경기 1무 10패 수렁에 빠져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한일전 4-3 역전승 이후 11년 째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1무가 바로 11월 평가전에서 기록한 무승부였다. 당시 패색이 짙어가던 경기에서 안현민과 김도영의 홈런포가 터지면서 극적인 7-7 무승부에 성공했다. 일본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에게 한국은 ‘장타력을 갖춘 팀’이라는 인상이 깊게 박혔다.
아울러 오사카 공식 평가전과 조별라운드 첫 경기 체코전을 거치면서 한국의 장타는 절대 피해야 하는 요소가 됐다. 이바타 감독은 “힘 있고 강한 스윙이 인상적이다. 우리 투수들이 실투를 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면서 “실투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 선발로 예고된 일본의 기쿠치 유세이 역시 한국에 대해 “한국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체격도 크고 스윙도 힘차게 돌린다”면서 “선취점이 흐름을 좌우한다. 빅이닝을 허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장타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쿠치는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다.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통산 199경기(187선발) 48승 58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고 있다. 커리어에 비해 성인 대표팀 경력은 없었다. 이번 WBC가 처음이다. 지난해 LA 에인절스에서는 33경기 7승 11패 평균자책점 3.99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쿠치는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홈런 공장장’이다. 2019년 데뷔 이후 165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위에 해당한다. 지난해도 24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2020년 코로나 단축시즌을 제외하고는 매년 20개 이상의 피홈런을 기록할 정도다.
리그의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기쿠치는 장타에 대한 부담을 항상 안고 있는 선수다. 빠른 공을 뿌리지만 강한 공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는 지점도 있다. 여기에 공기를 불어넣어 돔 형태를 유지하는 공기 부양식 구장이다. 다른 구장들에 비해 확실한 상승 기류가 존재한다. 공이 뜨면 잘 떨어지지 않고 날아가며 비거리가 늘어난다. 도쿄돔에서 열린 C조 4경기에서 무려 10개의 홈런이 터졌다. 이미 한국과 호주가 4개씩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기쿠치와는 극악의 상성인 구장이다. 또한 현재 한국의 주축 타자들은 우타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정후 문보경 김혜성 등 좌타자들이 중간에 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타력을 담당하는 선수들은 우타자가 많다.
김도영을 시작으로 저마이 존스, 안현민, 셰이 위트컴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우타 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기쿠치의 성향과 구장의 환경 때문이다. 이들이 당연하게도 ‘타도 일본’ 선봉에 서야하고 또 한일전 10연패라는 굴욕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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