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베테랑 풀백' 카일 워커(36, 번리)가 잉글랜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워커는 1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대표팀을 통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국을 대표해 온 끝에, 나는 국가대표 축구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잉글랜드를 대표해 뛰는 것은 언제나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고, 앞으로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또한 그는 "다가오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는 나 역시 팬들과 함께 선수들을 응원할 생각이다.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만든 추억들은 평생 내 마음속에 남을 거다. 언제나 곁에서 지지해 준 가족에게도 감사하다. 가족 덕분에 이 여정은 더욱 특별해졌고, 그들과 함께 이 시간을 나눌 수 있었던 것에 늘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역시 "A매치 96경기 출전. 메이저 대회 5회 참가. '삼사자 군단' 유니폼을 입고 펼친 놀라운 커리어. 지금까지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카일 워커"라며 레전드로 떠나는 워커를 배웅했다.


워커는 한때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했던 우측 수비수다. 그는 토트넘에서 잠재력을 터트렸고, 손흥민·해리 케인·델리 알리 등과 호흡을 맞추며 잉글랜드 최고의 풀백으로 발돋움했다.
활약을 인정받은 워커는 2017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그는 단단한 수비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2022-2023시즌 트레블에 힘을 보태는 등 맨시티에서만 트로피 17개를 들어 올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였다. 워커는 2011년 1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꾸준히 잉글랜드 우측면을 지켜왔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016년과 2021년, 2024년 유로 대회에 출전하며 메이저 대회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다만 워커는 A매치 96경기를 끝으로 대표팀과 작별을 결심했다. 그는 센추리 클럽 가입까지 4경기만 남겨뒀지만, 최근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제외된 뒤 100경기 출전이라는 꿈을 포기하게 됐다. 워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이로써 워커가 통산 3번째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절친 손흥민과 나란히 '라스트 댄스'를 선보일 월드컵 스타 중 한 명으로 기대받았지만, 경기장이 아닌 집에서 잉글랜드 대표팀과 동료들을 응원하게 됐다.
워커는 게리 네빌의 '디 오버랩'에 출연해 "지금이 대표팀에서 물러날 적절한 시기라고 느꼈다. 내 방식대로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100경기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왜 지금이냐고 할 수도 있다. 흑인 선수로서 애슐리 콜 이후 두 번째로 잉글랜드 100경기를 달성하는 것은 큰 영광이었을 거다. 하지만 여러 대화를 나눈 결과 그 기록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투헬 감독에게는 지금 집중해야 할 다른 선수들이 있다. 내가 감독과 나눌 대화도 그에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이 장을 마무리하고 클럽 축구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워커는 "이 결정을 내리게 되어 슬프지만, 동시에 잉글랜드와 함께 이룬 것들에 매우 자부심을 느낀다. 5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조국을 대표하고 우리가 도달했던 결승 무대에 서는 것, 그리고 함께했던 선수들과 감독들 곁에서 뛰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라며 "오늘 그 여정이 끝난다. 국제 무대에서 내 커리어에 어느 정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 좋다"라고 되돌아봤다.

물론 은퇴 번복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워커는 대표팀 복귀에 대해 "전화가 온다면 거절할 수 있을까? 아마 못 할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은퇴하지만, 만약 연락이 온다면 조국을 대표하는 일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투헬 감독은 은퇴하는 워커에게 헌사를 보냈다. 그는 "모든 잉글랜드 팬들과 함께 카일의 놀라운 국제 커리어를 축하하고 싶다"라며 "함께 일한 기간은 짧았지만, 그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선수였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그는 "14년에 걸친 대표팀 커리어와 메이저 대회 5회 출전은 워커의 헌신을 보여준다. 그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시간을 큰 자부심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뒤 여름 이후 워커를 위한 헌정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그는 번리에서 커리어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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