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슴이 뜁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초반 불완전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사행성 오락실을 방문해 물의를 빚고 KBO 품위손상행위 규정에 의거해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도박 4인방’의 이탈이 뼈아프다. 외야수 김동혁이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 고승민 나승엽 그리고 김세민이 각각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동혁은 백업, 김세민은 2군급 선수다. 하지만 고승민과 나승엽은 이들과 비교해 팀 내 입지가 다른 선수다. 주전급이고 분명한 성과를 낸 시즌도 존재했다. 지난해 구단은 이들에게 바이오메카닉에 정통한 일본 쓰쿠바 대학으로 연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재능과 잠재력이 확실하기에 구단도 이들에게 투자를 했다.


투자는 당장 소용 없어졌다. 사행성 오락실을 방문한 일탈 때문에 이들은 시즌 초반에 없는 선수가 됐다. 당장의 구상에서 지워야 한다. 2월 중순 사건이 발생하고 구단은 이들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다. 훈련 합류도 못하게 했다. 약 두달 여의 시간을 선수들은 개인 훈련을 하거나 홀로 상황을 추스려야 했다. 이번 주에 들어서야 구단은 근신을 해제했고 경남 밀양에서 훈련 중인 3군 선수단에 합류시켰다.
고승민 나승엽이 없는 타선의 무게감은 떨어졌다. 안 그래도 타선의 힘이 부족한 상황인데, 두 선수마저 빠지니 선수층 자체가 얇아졌다. 타순 조합 테스트도 무의미할 정도의 상황이다. 연습경기에서 대동소이한 라인업을 가동 중이다. 한두 명의 배치가 바뀌는 것 정도다.
고민은 상위 타순이다.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을 꾸준히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컨택력을 갖추고 있고 중장거리 타자의 잠재력도 있다. 무엇보다 2번 타자로서 당겨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1루에 주자가 있으면 1,2루간으로 생산적인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로 판단했다. 그런데 고승민이 없으니 1,2번 타자 자리가 동시에 고민이다. 결국 2년 연속 안타왕에 오른 빅터 레이예스를 중심타선에서 1번 타순으로 올려서 배치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중심타선에 배치하면 그래도 전준우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레이예스를 1번 타순에 배치하게 될 경우, 강한 2번 타자가 없으면 고립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이 고민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레이예스가 1번에서 너무 잘해주는데 2번 칠 사람이 없다. 기회가 나오면 레이예스와는 승부를 안할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 타격감이 최근 괜찮아서 황성빈 1번으로 써보고 레이예스를 2번으로 써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12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 개막전도 1번 황성빈-2번 레이예스 조합으로 나왔다.
0-1로 뒤진 5회 역전의 순간, 황성빈과 레이예스 조합이 힘을 발휘했다. 특히 황성빈이 나서니 연결이 순조로웠고 득점의 순간 황성빈의 출루가 있었다. 5회 1사 1루에서 황성빈이 3-유간을 뚫는 좌전안타를 때려내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갔고 레이예스의 우전안타로 1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 전준우의 밀어내기 볼넷과 윤동희의 2타점 적시타로 3-1로 역전했다.
황성빈은 7회에도 선두타자로 등장해 좌전안타로 출루해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대주자 김한홀로 교체됐지만, 득점이 나왔다. 상대 포일과 김민성의 우익수 뜬공으로 1사 3루 기회가 나왔고 장두성의 중전 적시타로 4-1을 만들었다.

황성빈이 중심을 잡고 리드오프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일단 당장 타순의 고민도 해소되고 타선 자체에 활력도 넘치게 된다. 2024년 버전의 ‘마황’을 다시 볼 수 있다. 지난해 황성빈은 1루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했고 79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79경기 타율 2할5푼6리(246타수 63안타) 1홈런 22타점 43득점 25도루 OPS .622의 성적에 그쳤다.
황성빈은 다시 그라운드에서 롯데 팬들을 미치게 하고 상대 팀을 곤란하게 만들 준비를 마쳤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마황’의 모습을 되찾을 준비를 마쳤다. 황성빈은 “캠프 마지막 연습 경기 때 감독님께서 생각이 너무 많아보인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이후 심플하게 준비했던 것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병규 코치님도 여러가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쳐서 출루할 수 있는 타격 밸런스 등을 최대한 연습 때 생각하고 실제 타석에서는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박 4인방’의 일탈로 돌아선 팬들의 민심까지 되돌리고 싶다. 황성빈은 도파민 터지는 플레이로 팬들을 열광시키려고 한다. 그는 “오랜만에 사직의 응원을 들으면서 그라운드에 서니 다시 가슴이 뛰는 것 같다”며 “팬 분들께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