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예스는 올해까지 3년 연속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24년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안타(202안타) 신기록을 세우고 2년 연속 리그 최다안타(202안타, 187안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15홈런, 13홈런 씩을 때려내며 장타력은 다소 부족했지만 홈런의 공백을 2루타로 채웠다. 40개, 44개의 2루타를 때려내면서 중장거리 타자의 전형을 보여줬다. 클러치 히터의 면모도 과시했다. 2024년 111타점, 2025년 107타점으로 2년 연속 100타점 시즌을 기록했다.

롯데는 레이예스의 부족한 장타력 때문에 고민이 없지 않았다. 레이예스라는 확실한 카드를 쥐고 있었지만, 대체할 만한 선수를 알아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시장에 마땅한 매물은 없었다. 레이예스를 능가하는 월등한 대체자를 찾기는 힘들었다. 레이예스 교체 논의는 그저 지나가는 얘기가 됐다.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레이예스가 롯데 내 최고의 생산력을 가진 타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제일 좋은 타자를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서게 하는 방법은 결국 1번 타자 배치다. 전통적인 1번 타자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 야구의 관점에서는 생산력이 제일 좋은 타자를 1번, 혹은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게 맞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1번 타자로 나서고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2번 타자로 나서는 것도 같은 비슷한 맥락이다.
레이예스의 1번 타자 배치에 대해 지난 29일 중계를 맡은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우 해설위원은 “상대팀은 ‘레이예스가 왜 계속 나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라고 전했다. 상대 벤치의 공포와 배터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효과가 될 수 있다.

사실 레이예스의 1번 배치는 고육책인 것도 없지 않다. 고승민, 나승엽 등 주전을 맡아야 하는 타자들이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 당시 사행성 오락실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즌 초반 구상에서는 사실상 없는 선수가 됐다.
선수층 자체가 약해진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팀에서 가장 강한 타자인 레이예스를 1번에 배치해서 타석에 가장 많이 돌아오게 하는 방향으로 타순을 꾸렸다. 그만큼 상대가 부담을 많이 느끼게끔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선결 조건이 있다. 레이예스의 앞에 배치된 8,9번의 하위타순과 레이예스의 뒤에 위치한 2번 타순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2년 연속 100타점을 넘어선 해결사가 1번 타선에서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는 9번 타자가 출루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상대 배터리가 레이예스와 제대로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2번 타자 역시도 1번 타자 못지 않은 강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28~29일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는 김태형 감독의 타순 구상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레이예스 앞에서 출루를 자주 해줬고, 또 뒤에서도 든든한 역할을 해줬다. 레이예스는 2경기 7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28일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9일에는 2타수 1홈런 3타점 3볼넷으로 활약했다.
28일 경기에서는 전민재 장두성이 앞에서 출루를 해줬고 29일 경기에서는 전민재와 황성빈이 레이예스 앞에 밥상을 차렸다. 그리고 레이예스의 뒤에서 손호영이 기다리면서 상대가 방심하지 않도록 방망이를 날카롭게 돌렸다.
내복사근 부상에서 한동희가 돌아와 거포의 역할을 해주고,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고승민과 나승엽이 복귀 후 라인업에 들어온다면 레이예스의 강한 1번 배치는 더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상대가 더욱 공포심을 느낄 만한 타순이 된다는 것.
과연 레이예스 1번 타자라는 파격적인 구상, 현대 야구에 딱 맞는 롯데 버전 오타니의 타순 배치가 롯데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