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도빈이 또 한 명의 육성선수 신화를 쓸까. 이제 필승조 도전도 꿈이 아니다.
김도빈이 한화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강릉영동대를 졸업한 김도빈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후 야구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LG전자 계약직으로도 7개월 정도를 일했다.
반복되는 일상은 김도빈에게 다시 야구의 꿈을 품게 했다. 일을 하며 번 돈을 모두 야구를 위해 투자하기로 마음먹었고, 독립구단 수원 파인 이그스에 입단해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수원까지 왕복 5시간을 걸려 출퇴근을 하면서 육성선수 테스트를 준비했다.

그렇게 한화 육성선수로 입단하게 됐고, 1군 데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24년 8월 21일 청주 NC전,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1군 마운드를 선발로 올랐다. 하지만 너무 떨렸던 탓일까, "홈플레이트가 안 보였다"는 김도빈은 ⅓이닝 1피안타 3볼넷 1탈삼진 2실점 패전투수로 데뷔전을 마쳤다.
이후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2025년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며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시즌이 시작한 후에는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는 21경기 26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또 한 번의 아쉬운 1년을 보내고, 김도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퓨처스팀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던 김도빈은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로 콜업됐고,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 시범경기까지 김경문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난생 처음 개막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김도빈은 "밖으로 소리 지를 순 없고, 마음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고 웃었다.
개막시리즈 2경기에도 모두 등판했다. 28일 키움전에서 2사 주자 만루 상황 등판해 브룩스를 체인지업으로 돌려세우고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9일에도 1사 만루 상황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작성했다.
김도빈의 모자에는 아무 생각없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생각하지 마', '피하지마', '그냥 해' 같은 말들이 잔뜩 적혀있다. 그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만약 결과가 안 좋더라도 과정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김도빈에 대해 어깨 힘이 강하고, 류현진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경험을 더 쌓아야겠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본다면 필승조 승격도 먼 꿈은 아니다.
김도빈은 "나는 드래프트로 온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하다가 와서 애들이 많이 챙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2군에서 같이 힘들어했던 친구들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며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면서 웃으면서 운동하고 있다. 경쟁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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