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토트넘 홋스퍼가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선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결사반대 중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30일(한국시간) "데 제르비는 토트넘에 부임하기 전부터 팬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마르세유 시절 메이슨 그린우드를 옹호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데 제르비 감독은 토트넘 부임이 유력하다. 하지만 4개의 서포터즈 그룹은 그가 마르세유 시절 그린우드에 대해 했던 발언을 이유로 감독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위기에 빠진 토트넘은 이고르 투도르 임시 감독 체제 이후를 대비해 데 제르비에게 5년 계약을 제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같은 날 투도르 감독과 작별을 공식 발표했다. 표면적으론 상호 합의지만,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다. 그는 지난달 토마스 프랭크 감독의 뒤를 이어 소방수로 부임했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 1무 4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그 결과 토트넘은 17위까지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빠졌다.

이제 다음 사령탑을 물색 중인 토트넘. 이미 데 제르비 감독 부임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영국 'BBC'를 포함한 여러 현지 매체에 따르면 양 측은 거의 합의에 다다랐다.
많은 토트넘 팬들은 벌써 데 제르비 감독을 반기고 있다. 사실 그는 토트넘의 잔류 여부가 결정된 뒤에나 지휘봉을 잡을 생각으로 알려졌지만, 마음을 바꿔 즉시 부임에 동의한 모양새다. '스카이 스포츠'는 "데 제르비는 당초 여름까지 기다린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토트넘 감독직을 맡는 데 열려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여성 차별과 혐오 근절을 목표로 하는 '위민 오브 더 레인', 응원 배너를 제작하는 'THFC 플래그스', 공식 LGBTQ+ 팬 그룹 '프라우드 릴리화이츠', 인종·문화 관련 공식 팬 그룹 '스퍼스 리치'가 '노 투 데 제르비(데 제르비 반대) 캠페인에 동참했다.

위민 오브 더 레인은 "데 제르비의 판단력과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토트넘이 선택해서는 안 될 인사"라고 항의했고, 프라우드 릴리화이츠도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린우드를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 안전 운동가 제이미 클링글러 역시 "조직의 문화는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데 제르비의 야망은 그의 시대착오적인 여성관과 함께 사라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유는 바로 데 제르비 감독이 2024년 마르세유에서 그린우드를 영입하고 그를 옹호했기 때문. 그린우드는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최고 유망주였지만, 2022년 1월 31일 여자친구를 강간 및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성폭행 및 살해 협박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린우드는 한동안 1군 훈련조차 하지 못했다. 실형이 유력해 보였으나 다만 여자친구가 증언을 철회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검찰 측은 "핵심 증인의 철회와 새로운 증거로 인해 유죄 판결 가능성이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워낙 충격적인 증거가 공개된 만큼 그린우드는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고, 더 이상 영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2023년 9월 스페인 헤타페로 1년 임대를 떠났고, 맹활약을 펼치며 이듬해 마르세유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이때도 마르세유 서포터즈의 반발이 거셌다. 심지어 시장까지 나서서 반대 의견을 펼쳤다. 그러나 데 제르비 감독이 "메이슨은 월드클래스다. 아직 영입한 상태는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선수들의 사생활에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오게 된다면, 나는 모든 선수를 내 아들처럼 대할 것"이라며 이적을 밀어붙였다.
이후로도 데 제르비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그린우드가 묘사된 방식이 슬프다"며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매우 큰 대가를 치렀다. 우리는 그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고, 도움과 애정을 줬다. 그는 다소 내성적이지만 나는 그와 가족을 안다. 잉글랜드에서 그려진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감싸안았다.
몇몇 토트넘 팬들은 이러한 발언으로 이해 데 제르비 감독 선임 소식에 반발 중이다. 겨우 성범죄자 낙인을 피한 선수를 적극 옹호한 사령탑을 응원할 수 없다는 것. 절체절명의 강등 위기 속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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