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에 이런 시련이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나. 15타수 무안타라는 기록 앞에서는 천하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도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강민호는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2차전에 9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4타점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8-6 승리 및 4연승을 이끌었다.
강민호는 개막 후 15타수 무안타 슬럼프에 빠지며 타순이 9번까지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선발 출전 기준 강민호의 9번타자 출전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2009년 6월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6147일 만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였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우리 타선에 살아나야할 선수들이 많다. 강민호도 그 중 한 명이다”라고 베테랑의 반등을 간절히 기원했다.

강민호는 첫 타석에서 마침내 시즌 첫 안타를 맛봤다. 2-0으로 앞선 2회초 2사 2루 득점권 찬스에서 KT 선발 소형준 상대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15타수 무안타 부진을 끝낸 것. 그리고 4-5로 뒤진 4회초 2사 3루에서 소형준에게 중견수 방면으로 향하는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까지 달성했다.
백미는 마지막 타석이었다. 6회초 삼진으로 숨을 고른 강민호는 6-6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1사 2, 3루 기회를 맞이했다. KT 아시아쿼터 스기모토 코우키를 만나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승부를 풀카운트로 끌로간 뒤 7구째 139km 슬라이더를 받아쳐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결승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강민호는 “솔직히 타순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다”라며 “최근 부진했지만,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오늘 계기로 뭔가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강민호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치고 2루에 도착한 뒤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감격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유를 묻자 “야구를 20년 넘게 했는데 개막전부터 이렇게 무안타가 계속된 적은 처음이었다. 신경 안 쓰려고 했지만, 자꾸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당황했고, 조급했다”라며 “천천히 하나씩 풀어나가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3일 도루 저지를 하면서 위축되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게 반등에 도움이 됐다”라고 그 동안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동료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반등도 없었을 것이다. 강민호는 “(최)형우 형, (구)자욱이가 많이 기뻐해줬다. 자욱이는 안타를 쳤는데 홈런자켓을 주더라”라고 웃으며 “동료들이 응원해준 덕분에 이렇게 잘 풀렸다. 시즌 마지막까지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잘해보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첫 안타를 비롯한 3안타 비결에 대해서는 “첫 타석 안타가 나오면서 ‘안타 쳤으니까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타석부터 편안하게 임하다보니 적시타가 많이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답했다.

강민호가 살아난 삼성은 개막시리즈 스윕패 아픔을 씻고 4연승을 질주하며 3위 KT와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공동 선두 그룹과 격차도 1.5경기에 불과하다. 강민호는 “개막 2연전 때는 솔직히 롯데 타선이 너무 좋았다. 그 다음부터 우리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규시즌 끝까지 길게 보고 가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강민호는 이날 3안타 부활에도 5일 수원 KT전 출전이 불발됐다. 박진만 감독이 3일과 4일 연이틀 포수 마스크를 쓴 강민호에게 휴식을 부여했기 때문.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내일(5일)은 (강)민호가 쉬어야할 타이밍이다. 박세혁이 들어가면서 좌타자만 8명인 라인업으로 KT를 상대한다”라고 발표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3안타 기운을 5일 경기에서도 잇고 싶을 터. 그러나 강민호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니다. 난 그냥 순리대로 하겠다. 쉴 때는 쉬어야 한다”라며 “그냥 기분이 너무 좋다. 오랜만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듯하다”라고 모처럼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