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콜 어빈이 한국에서의 1년을 추억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지난 6일 일본 아나운서 출신 MLB 저널리스트 아오이케 나쓰코가 LA 다저스 스프링캠프 기간 콜 어빈과 진행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인터뷰에서 어빈은 한국에서의 시간을 "최악의 한 해"였다고 표현했지만, 이내 따뜻했던 기억들을 소개하며 1년을 되돌아봤다.
어빈은 연봉 총액 100만 달러에 두산과 계약하며 KBO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등록명 '콜어빈'으로 28경기 144⅔이닝을 소화해 8승12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모습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어빈은 "최악의 한 해였다. 커리어 면에서 그랬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 운영이나 팬들과 보낸 시간은 굉장히 특별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KBO에서는 선발로 뛸 수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투수니까 리그를 압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나 역시 강한 투구로 원래 모습을 보여주면서 200이닝 가까이 던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완전히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고 돌아봤다.
어빈은 "문화적인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외로움이 컸다"고 했다. 그는 "일부 스태프와 통역은 제가 다시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경 써줬지만, 대부분은 멀어졌다. 잘 던질 때는 '좋아, 그 페이스야!'라고 하다가, 부진해지니 마치 재수 없는 존재처럼 대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제 책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원인을 찾으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영상만 보며 내 문제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분명 고립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나츠코는 "누군가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을 때 굳이 건드리지 않는 것이 배려라는 생각은 어쩌면 아시아적인 문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아내 크리스틴이 일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간 시점인 5월, 어빈은 지인의 소개로 한 고아원을 찾았다. 한국에서 야구 인생 최대 슬럼프를 겪은 어빈을 구해준 것은 월요일 휴식일마다 몇 차례 찾을 수 있었던 지역 고아원의 아이들이었다.
"마당에서 함께 놀고,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데려가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어빈은 여름에는 티켓 70장과 버스 여러 대를 준비해 야구 경기에 초대했고,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에게 사인도 해줬다. 고립감에서 비롯된 마음의 응어리도 옅어진 시즌 막바지, 팀 동료들이 어빈과 함께 고아원을 찾아주기도 했다.
어빈은 "오명진이라는 젊고 훌륭한 야수가 있다. 같이 가게에 들러 과자를 잔뜩 사고, 마당에서 놀고, 사인도 해주고, 팀 동료들과 그런 시간을 마지막에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힘이 됐다"며 "몇몇 선수들은 제가 단순한 야구선수만은 아니라는 걸 이해해줬다. 나는 내가 뛰고 있는 지역 사회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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