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아! 하고 싶은거 다 하고 나와!”
은퇴경기를 앞둔 레전드 함지훈(42, 현대모비스)에게 양동근 감독의 유일한 주문이었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정규리그 챔피언 창원 LG(36승 18패)를 78-56으로 이겼다. 현대모비스는 18승 36패, 최종 8위로 시즌을 마쳤다.

함지훈의 은퇴경기로 관심이 집중됐다. 두 팀 모두 순위는 확정지은 상황이라 부담감은 덜했다. 5번의 챔프전 우승을 합작한 후배를 보내는 양동근 감독은 “(함)지훈이에게 코트 아에서 하고 싶은거 다 하고 나오라고 이야기했다. 본인이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뛰게 할 생각”이라 밝혔다.

현역시절 함지훈과 경기한 적이 있는 조상현 감독도 레전드를 예우했다. 조 감독은 “함지훈은 참 대단한 선수다. 오랜 세월 꾸준하게 하기가 참 쉽지 않다. 은퇴 후 제2의 인생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현대모비스는 함지훈 은퇴투어에서 전패를 당했다. 함지훈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최종전마저 질 수 없었다. 후배들은 함지훈의 등번호 12번이 새겨진 슈팅셔츠를 입고 비장하게 몸을 풀었다.
함지훈은 김건하, 서명진, 조한진, 레이션 해먼즈와 함께 선발로 출격했다. LG는 한상혁, 유기상, 정인덕, 양홍석, 카이린 갤러웨이로 맞섰다.
함지훈은 코너에서 첫 점프슛을 가볍게 성공시켰다. 골밑에서 공을 잡은 함지훈은 가볍게 파울을 얻었다. 자유투 2구를 모두 넣은 함지훈은 점프슛까지 성공시키며 모처럼 득점력을 뽐냈다.

18시즌 내내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함지훈이다. 함지훈이 건넨 엔트리 패스를 해먼즈가 골밑에서 맛있게 받아먹었다. 1쿼터까지 현대모비스가 29-4로 크게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쿼터 LG의 야투성공은 박정현의 2점이 유일했다.
2쿼터 이승현과 잠시 교대했던 함지훈은 3쿼터 시작과 함께 다시 코트로 나왔다. 양동근 감독은 은퇴전인 만큼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함지훈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뛰도록 배려했다. 함지훈은 양홍석의 수비를 가볍게 제치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함지훈이 넣어준 공을 해먼즈가 차곡차곡 득점으로 연결했다. 3쿼터 초반 함지훈은 이미 10점, 6어시스트를 돌파했다.
일찌감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며 울산은 함지훈 은퇴를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 됐다. 후배들도 승패의 부담에서 벗어나 더 플레이가 잘됐다. 함지훈이 주는 패스마다 족족 득점으로 연결됐다. 함지훈은 원없이 슛을 쏘며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즐겼다.

함지훈은 4쿼터 중반 KBL 역대 7호로 개인통산 3000 어시스트까지 돌파했다. 선수로서 이룰 것은 다 이룬 그에게도 의미있는 대기록이었다. 마지막 경기까지 팀의 승리를 위해 뛴 그이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
양동근 감독은 4쿼터 중반 이승현을 투입하며 함지훈이 아닌 해먼즈를 뺐다. 함지훈과 이승현이 동시에 코트에 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함지훈을 끝까지 코트에 두려는 배려였다. 이승현이 함지훈에게 현대모비스의 미래를 넘겨받으며 바통터치를 했다.
함지훈은 경기 막판 3점슛까지 터트렸다. 종료 2분 22초를 남기고 함지훈이 교체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마지막 코트에 선 함지훈은 19점, 4리바운드, 9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 3점슛 1/2로 전성기 못지 않은 기록으로 홈팀에 승리를 선물했다.
18시즌 간 대선수와 웃고 울며 많은 추억을 함께 한 홈팬들도 아쉽지만 함지훈을 기쁘게 보내줄 수 있었다. 함지훈은 다시 한 번 코트에 서서 기립박수를 받고 벤치로 향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