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은 왜 혹사 논란에도 마무리투수에게 아웃카운트 6개를 맡길 수밖에 없었을까.
박영현은 지난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2차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23구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데뷔 처음으로 2이닝 세이브를 달성하며 팀의 2연패 탈출 및 6-4 승리를 이끌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5-2로 앞선 8회초 선발 소형준에 이어 아시아쿼터 스기모토 코우키에게 셋업맨 임무를 맡겼다. 만원관중 앞 3점차 압박이 컸을까. 스기모토는 기대와 달리 선두타자 정수빈을 시작으로 김민석(2루타), 안재석(2타점 적시타), 박준순에게 무려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2점을 내줬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4-5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이 때 마운드에서 ‘신’이 등장했으니 마무리 박영현이었다. 박영현은 등판과 함께 첫 타자 양의지를 3구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퍼펙트쇼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 다즈 카메론을 헛스윙 삼진, 양석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수습했다. 이강철 감독의 초강수가 적중한 순간이었다.
박영현은 6-4로 앞선 9회초에도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박찬호-박지훈-정수빈을 공 11개를 이용해 깔끔한 삼자범퇴 처리하며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선발 소형준은 경기 후 “8회 일찍 등판하면서 선발승을 끝까지 지켜준 (박)영현이에게 정말 고맙다. 박영현은 정말 신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12일 수원 두산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나도 기사를 보고 박영현의 2이닝 세이브가 처음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현역 때는 4이닝 세이브도 해봤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던지라는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8회 5-4가 됐을 때 ‘이걸 진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가 양의지라 번트는 안 댈 거 같아서 박영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개수만 제발 줄여서 막아줬으면 했다”라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압도적인 구위를 장착한 박영현은 공 23개로 2이닝 6아웃을 순삭하며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강철 감독은 “미안한 마음에서 마운드에 올렸는데 2이닝 23구 세이브는 처음 봤다. 1이닝을 12개로 끝내는 것도 오랜만에 봤다. 공이 살벌했다”라며 “박영현이 나도 살리고, 소형준도 살렸다. 아마 소형준도 승리투수가 되는 걸 포기했을 텐데 박영현이 나가는 걸 보고 희망이 다시 생겼을 거다. 어제 경기를 졌으면 3연패를 떠나 타격이 컸을 텐데 박영현 덕분에 귀중한 1승을 챙겼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KT는 두산 좌완 선발 최승용을 맞아 최원준(중견수) 김현수(1루수) 안현민(우익수) 샘 힐리어드(좌익수) 장성우(지명타자) 허경민(3루수) 김상수(2루수) 한승택(포수) 이강민(유격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케일럽 보쉴리.
이강철 감독은 좌완 최승용에도 우타 배정대가 아닌 좌타 최원준을 중견수로 기용한 부분에 대해 “그래도 주전을 써야하지 않겠나. 길게 봐야 한다. 배정대가 최승용에게 약했던 부분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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