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 조정도, 희생번트도 소용 없었다. 결국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 노시환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화는 13일 월요일 내야수 노시환의 1군 엔트리를 말소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노시환과 11년 307억원이라는 초대형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FA 계약과 비FA 다년계약을 통틀어 KBO리그 역대 최장기이자 최대 규모 계약이다. 노시환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며 안긴 거액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는 정규시즌 개막 초반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이상으로 컨디션이 나빴다. 13경기를 치른 현재 55타수 8안타 3타점 6득점. 홈런은커녕 안타조차 보기가 힘들었고, 타율은 0.145, 득점권 타율은 0.095로 1할이 채 되지 않았다.

4번타자의 상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의 부진에도 그를 믿고 계속해서 4번에 기용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노시환은 지난해에도 슬럼프를 겪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을 꾸준히 4번으로 썼고, 노시환은 끝내 슬럼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타석에서의 부진과는 별개로 수비에서는 철벽을 자랑하던 노시환이, 10일 대전 KIA전에서는 실책 2개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김경문 감독은 결국 이튿날 노시환의 타순을 6번으로 내리고, 4번 자리는 강백호에게 맡겼다.
11일에는 '홈런왕' 노시환이 희생번트를 대는 장면까지 나왔다. 한화가 3-0 리드를 잡은 4회말, 강백호와 채은성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2루에서는 번트 자세를 취했다. 벤치 사인이었다.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노시환의 희생번트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노시환의 자세에 관중석도 술렁였다.

김경문 감독은 "시환이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시환이가 안 될 때 팀도 아프다"면서 "4번타자를 계속하면 좋지만 6번도 가주고, 희생도 해주고, 야구가 그런 것이다. 안 맞고 있으니까 의도적으로 한 번 대게 한 것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시환은 11일에도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고, 12일 역시 6번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안타 없이 삼진 한 개만 기록했다. 8일 인천 SSG전부터 14타수 무안타. 시즌 삼진은 21개로 리그 1위. 20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가 노시환밖에 없다.
결국 한화는 노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은 무엇보다 밸런스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슬럼프가 시즌 초반에 찾아온 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노시환이 10경기 정도 자리를 비우더라도, 한화에게는 120경기 이상이 남아 있다.

/thec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