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하기로 유명한 멕시코 팬들도 손흥민(34, LAFC) 앞에선 착한 팬덤으로 변한다. 손흥민이 상대 팀에 패배를 안기고도 기립박수를 받았다.
멕시코 '인포배'는 15일(한국시간) "크루스 아술이 탈락한 경기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보인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그는 경기장에 모인 멕시코 팬들로부터 큰 환영과 박수를 받았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에리크 리라에게 다가가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라고 보도했다.
LAFC는 같은 날 멕시코 푸에블라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에서 열린 2026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2차전에서 크루스 아술과 1-1로 비겼다.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던 LAFC는 합산 스코어 4-1로 가볍게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동점골 장면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고, 직후 슈팅이 상대의 핸드볼 반칙으로 연결됐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드니 부앙가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1-1을 만들었다.

경기 후 크루스 아술 팬들조차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냈다. 멕시코 팬들은 뜨거운 열정이 지나쳐 상대 선수들에게 도를 넘는 행동까지 일삼기로 유명하다. 응원 클럽을 향한 팬심과 축구 사랑이 상대 선수들을 향한 지나친 비난이나 욕설로 분출되기도 하기 때문.
마르코 로이스와 케일러 나바스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도 멕시코 원정에서 야유와 욕설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차전에서도 크루스 아술 팬들이 경기 막판 LAFC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손흥민도 '블라블라' 세리머니로 오해를 살 뻔했다. 그는 크루스 아술과 1차전에서 2026년 첫 필드골을 기록하며 11경기 침묵을 끊어냈다. 득점 직후 손흥민은 손으로 입을 재잘거리는 듯한 제스처를 반복했고, 입 모양은 "블라블라블라(Blah blah blah)"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판과 의심의 시선을 맞받아치는 세리머니로 해석됐다. 그러나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멕시코 현지에선 손흥민이 크루스 아술 팬들에게 보낸 메시지로 오해했다. 'TV 아즈테카'는 "도발인가 조롱인가? 손흥민의 논란의 제스처"라며 "손흥민의 세리머니는 크루스 아술 팬들에게 불필요한 무례로 받아들여졌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앙금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ESPN'은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을 떠나면서 '쏘니! 쏘니! 쏘니!'라는 환호를 받았다. 손흥민은 박수로 화답하며 라커룸으로 향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멕시코 팬들 사이엔 특별한 인연도 있다. 인포배는 "손흥민은 경기 내내 멕시코 팬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그의 존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형성된 특별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당시 손흥민이 득점하면서 한국 대표팀이 독일을 꺾는 데 기여,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도왔다"고 짚었다.
이어 매체는 "이후 손흥민은 많은 멕시코 팬들에게 '형제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러한 유대감이 다시 확인됐으며, 경기 후 그의 행동은 팬들과 선수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날도 멕시코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크루스 아술의 캡틴이자 멕시코 국가대표 수비수 겸 수비형 미드필더인 리라가 손흥민과 일화를 밝힌 것. 손흥민이 탈락을 아쉬워하는 리라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리라는 "손흥민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경기 끝나고 다가와서 격려의 말을 해줬다"라며 "신이 허락한다면 월드컵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나를 선수이자 한 사람으로 인정해준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우리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라고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리라는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 가능성이 크다. 그는 에드손 알바레스의 공백 속에서 중원의 한 자리를 책임지며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마침 멕시코와 한국은 나란히 월드컵 A조에 속한 만큼 두 선수가 다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멕시코 '데 10 스포츠'는 "특히 몇 달 뒤 열릴 2026년 월드컵과 멕시코 대표팀을 고려할 때 더욱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이번 만남은 2026 월드컵을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와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맞붙을 예정이며 이번 경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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