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승격, 다른 운명...사카모토는 PL 승격 주역·양민혁은 12경기 연속 제외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4.19 00: 47

한쪽은 웃었다. 다른 한쪽은 끝내 웃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이라는 코번트리 시티의 기적 같은 결말 속에서도, 사카모토 타츠히로와 양민혁이 받아든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코번트리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블랙번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챔피언십 4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블랙번 로버스와 1-1로 비겼다. 승점 86이 된 코번트리는 리그 3위와 격차를 13점으로 벌리며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2위를 확보했다. 플레이오프 없이 프리미어리그 직행. 2001년 강등 이후 무려 25년, 정확히 9113일 만의 1부리그 복귀다.
이 승격은 단순한 성과가 아니다. 추락과 혼란, 그리고 긴 침체를 버틴 끝에 얻어낸 결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랭크 램파드 감독과 일본 국가대표 사카모토가 있었다.

일본 ‘풋볼채널’에 따르면 사카모토는 이번 시즌 리그 35경기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기록만 봐도 분명하다. 그는 코번트리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진 핵심 자원이었다. 램파드 감독 체제 아래서도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공격 전개와 마무리, 활동량과 압박까지 모두 책임지며 팀의 승격 레이스를 떠받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승격을 확정한 블랙번전에는 뛰지 못했다. 갈비뼈 부상 때문이었다.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그러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그는 곧바로 그라운드로 내려와 동료들과 함께 승격의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 팬들도 열광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전사가 됐다”, “오래 빠졌어도 결국 승격의 주역이었다”, “램파드가 사카모토를 EPL로 데려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같은 팀, 같은 승격, 같은 날. 하지만 양민혁의 시간은 전혀 달랐다. 양민혁은 지난 겨울 포츠머스 임대를 조기 종료한 뒤 코번트리로 향했다. 승격 경쟁 한복판에 있는 팀으로 이동한 만큼 기대도 작지 않았다. 램파드 감독의 선택을 받은 유망주,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승격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양민혁은 코번트리 이적 후 단 3경기, 29분 출전에 그쳤다. 노리치 시티전 18분, 퀸스 파크 레인저스전 10분,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 1분이 전부였다. 이후 흐름은 더 냉정했다. 블랙번전까지 12경기 연속 명단 제외. 승격을 확정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도 벤치에조차 앉지 못했다. 코번트리가 가장 화려한 밤을 맞이한 순간, 양민혁은 그 안에 없었다.
대조는 선명하다. 사카모토는 뛰지 못해도 주역이었다. 양민혁은 팀에 있었지만 철저히 바깥 사람이 됐다. 경기 후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눈 사카모토와 달리, 양민혁의 이름은 승격의 풍경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시선도 차갑다. 사카모토를 향해선 “프리미어리그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반면 양민혁을 두고는 안타까움과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풋볼 리그 월드’는 그를 ‘2025-2026시즌 챔피언십 최악의 영입 10인’ 가운데 9위로 선정했다. ‘스퍼스웹’은 기사 제목에서부터 “불쌍한 아이”라고 표현했고, ‘홋스퍼 레인’도 “코번트리 임대는 끔찍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승격은 코번트리의 것이었지만, 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그 승격을 누린 건 아니었다. 사카모토는 프리미어리그로 향하는 주역이 됐다. 양민혁은 프리미어리그 문턱 앞에서 철저히 멈춰 섰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도, 누군가는 미래를 얻었고 누군가는 출전 기회조차 잃었다. 코번트리의 해피엔딩 속에서 가장 씁쓸한 이름은 결국 양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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