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같은 아시아 야구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투수를 과보호하는 한국에서 1년에 몇 번 보기 어려운 완투, 완봉이 일본에선 아주 흔하다. 개막 한 달이 가까워진 시점에 한국은 아직 완투, 완봉이 전무하지만 일본은 8번의 완봉 포함 완투만 12번이나 나왔다.
세이부 라이온즈 에이스 타카하시 코나는 지난 22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베루나돔에서 열린 2026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 완투승으로 세이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쿠리하라 료야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으로 3회 2사 만루에서 야나기타 유키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9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퍼펙트로 막았다.

8회까지 113구를 던진 타카하시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곤도 켄스케, 쿠리하라, 야나기타로 이어진 소프트뱅크 2~4번 타자들을 전부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직접 경기를 끝냈다. 126구 완투승. 지난 2023년 7월25일 지바 롯데전 완봉승 이후 3년 만의 완투였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타카하시는 9회 등판을 자청했다. 니시구치 후미야 세이부 감독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타카하시한테 말을 걸었더니 ‘생각보다 지치지 않아서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책임지고 던져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타카하시는 “내가 끝까지 던지고 싶었고, 팬 여러분의 응원을 받아 끝까지 던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같은 날 KBO리그에선 비슷한 상황에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LG 트윈스 아시아쿼터 투수 라클란 웰슨이 한화 이글스와의 잠실 홈경기에서 8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8회를 ‘KKK’ 이닝으로 막으며 포효한 웰스는 투구수도 84구에 불과했다. 100구 미만 완봉승을 뜻하는 ‘매덕스’도 가능했다.

덕아웃에서도 웰스가 더 던질 듯한 모습을 보였고, KBO리그 시즌 첫 완투, 완봉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염경엽 LG 감독은 교체를 결정했다. 9회 이닝 시작부터 마무리 유영찬을 올려 3-0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웰스 본인은 던지고 싶어 했으나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교체했다. 84개를 던졌지만 8회까지 100개 이상과 거의 같은 데미지가 있다고 본다. 완봉 기록보다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다”며 길게 보고 관리 차원에서 교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척 경기에서도 키움 히어로즈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NC 다이노스 상대로 8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완봉도 노려볼 만했지만 8회까지 103구를 던지면서 자연스럽게 교체됐다. 올 시즌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105구로 최원태(삼성), 하영민(키움)이 한 번씩 던진 게 전부다. 100구 이상도 흔치 않다.
KBO리그는 투수 관리와 보호 시대에 있다. 과거 같은 투수 원맨쇼는 사라졌고, 그만큼 혹사도 줄었다. 특히 선발투수를 아낀다. 외국인 투수라도 소모품처럼 무리해서 쓰지 않는다. 지난해 한화에서 투수 4관왕을 차지한 MVP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완투, 완봉이 한 번도 없었다. 8이닝 이상 투구도 단 1경기로 110구 이상 투구도 2경기에 불과했다.
최고 투수도 이 정도로 아끼고 있으니 완투, 완봉은 1년에 10번도 보기 어려운 낯선 기록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8명의 투수가 9번의 완투를 하는 데 그쳤고, 완봉은 3명의 투수가 4번 합작한 게 전부였다. 이것도 그나마 늘어난 것이다. 2023년에는 리그 최초로 완봉승이 전무했고, 완투가 5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투고타저 흐름이 이어지면서 선발투수들의 완투나 완봉이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 지난해 총 44명의 투수들이 88번의 완투를 합작했다. 완봉승도 30명의 투수들이 43번이나 했다. 도코다 히로키(히로시마 도요카프)는 3번의 완봉승 포함 6번의 완투를 달성했다.
올해도 개막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11명의 투수들이 12번의 완투를 기록했고, 7명의 투수들의 8번의 완봉승을 거뒀다. 타카하시 하루토(한신 타이거즈)가 이미 두 번이나 완봉승했다. 지난달 28일 쿠리 아렌(오릭스 버팔로스)은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132구를 뿌렸다.
투수력이 월등한 일본은 수년째 투고타저 흐름 속에 마운드 지배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5인 로테이션이 일반적인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6인 로테이션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던지는 선발들이 길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5선발 채우기도 버거운 한국에 비해 일본은 투수풀이 워낙 좋다 보니 6선발 체제가 가능하고, 완투나 완봉을 할 만한 투수들도 많다. 한국이 지나치게 투수들을 과보호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두 나라의 근본적인 투수풀 차이를 생각하면 보호를 안 할 수도 없다.
한편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서 3개 팀으로부터 제안받았으나 원하는 조건이 아니라 세이부에 남은 타카하시는 이날까지 올 시즌 4경기(30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1.20 탈삼진 28개를 기록 중이다. 이런 타카하시보다 규정이닝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가 5명이나 더 있을 정도로 일본은 극단의 투고타저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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