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평균자책점이 프로야구 최하위까지 떨어진 한화 이글스는 왜 이 선수를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을까. 한화의 결단 덕에 KT 위즈가 보상선수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투수의 팀으로 불리는 KT 위즈 이강철호는 늘 그랬듯 올해도 팀 평균자책점 2위(3.91)를 질주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이 3점대인 팀은 1위 KT와 2위 LG 트윈스(3.29) 뿐이다. KT는 불펜 또한 평균자책점 4위(4.80)로 순항 중인데 지난해와 다른 점을 꼽자면 150km 이상 강속구를 장착한 파이어볼러들이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구위형 투수와 제구형 투수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KT를 떠나 한화와 4년 100억 원에 FA 계약한 강백호의 보상선수로 합류한 베테랑 한승혁이다. 한승혁의 시즌 기록은 12경기 1승 무패 5홀드 평균자책점 1.64로, 우강훈, 장현식(이상 LG)와 함께 홀드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3월 29일 LG전부터 11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 중이며, 최근 3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0(3이닝 1실점 비자책)으로 활약하며 KT의 단독 선두 도약에 큰 힘을 보탰다.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수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도 올해는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들이 생겼다. 그 중 한승혁이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승혁의 호투 비결 중 하나는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의 현미경 분석에 따른 이닝 관리를 꼽을 수 있다. 한승혁이 지난해 한화에서 1이닝 이상 소화할 때 좋지 못했던 데이터를 참고해 그에게 최대 아웃카운트 3개를 맡기고 있다. 한승혁은 지난해 15구까지 피안타율이 .213로 낮았으나 16구부터 .400로 치솟았다.
이강철 감독은 “한승혁은 웬만하면 멀티이닝을 안 쓰려고 한다. 작년 시즌도 잘하다가 멀티이닝을 맡으면서 성적이 떨어졌더라. 지금처럼 이렇게 관리를 해주면서 기용하면 한 시즌 잘 써먹을 거 같다”라고 밝혔다.

한승혁은 지난해 한화의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특급 필승조였다. 71경기에 나서 3승 3패 3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2.25의 커리어하이를 썼고,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2.54에 달했다. WAR이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에 이은 팀 내 4위였다. 때문에 한승혁이 20인 보호선수에서 풀릴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화는 한승혁을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고, KT가 즉각 보상선수 지명권을 행사했다. 당시 KT 나도현 단장은 “한승혁은 최고 구속 154km의 위력적인 직구와 변화구에 강점을 지닌 즉시전력감으로, 기존 투수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지명에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KT 이적과 함께 연봉이 94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인상된 한승혁은 현재 1위팀 필승조의 핵심 멤버가 됐다. 지금 흐름이 계속된다면 KBO리그 역사에 남을 보상선수 성공신화가 쓰여질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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