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시절 이름값으로 감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트렌드를 읽는 감독이 승리한다.
고양 소노는 27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개최된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창원 LG를 90-80으로 이겼다. 3연승을 달린 소노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소노는 한때 정규리그 9위까지 떨어지며 6강 진출도 장담하지 못한 하위팀이었다. 5라운드부터 시작된 10연승의 돌풍으로 극적으로 5위를 차지했다.

6강 진출로 만족하지 않았다. 서울 SK가 고의패배 논란 끝에 소노를 6강 상대로 선택했다. 실수였다. 소노는 보란듯이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물리치고 3연승으로 SK를 눌러버렸다.

돌풍이 아닌 태풍이었다. 정규리그 챔피언이자 지난 시즌 우승팀 창원 LG마저 소노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소노는 원정팀의 무덤 창원에서 당당하게 2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고양에서는 더 강했다. 소노는 시종일관 LG를 압도하며 여유있게 3차전서 승부를 끝내버렸다.
챔프전 진출이 확정된 손창환 소노 감독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는 “정규시즌에도 5할승률 이상을 생각 못했다.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생각이었다. 어디까지 갈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감격했다.
스타선수출신이 즐비한 프로농구에서 손창환 감독은 흙수저다. 현역시절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다. 2003년 SBS에서 은퇴 후 홍보팀 직원을 맡기도 했다. 전력분석팀장을 무려 10년 한 것이 지금 지도자생활에 큰 자양분이 됐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코치로 지도자로 나선 손 감독은 캐롯과 데이원시절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급여가 밀린 선수들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등 선수들을 먼저 생각했다. 소노 코치를 거쳐 감독을 맡은 첫 해에 챔프전까지 진출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데이원시절 체육관 인근 식당에서 식대 외상값도 못 갚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소노 서준혁 구단주가 창원 원정응원에 전용비행기까지 동원하며 물심양면 지원해주고 있다.
손창환 감독은 “구단주님이 물심양면 지원해주신다. 지금 맨 넥타이도 구단주께서 사주신 것이다. 4강에 올라가고 회식하라고 격려금도 주셨다”며 기뻐했다.
농구에만 집중한 소노는 무서운 팀이었다. 정규리그 1위 LG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졌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대농구의 트렌드를 가장 잘 읽고 한국에 적용하는 감독이 바로 손창환 감독이다.
에이스 이정현은 “선수들이 해야 할 부분을 딱 짚어주신다. 계속 비디오를 보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신다. 경기가 끝나도 다음 날이면 일찍 체육관에 와서 비디오를 보신다. 원정에서 버스 타고 올라오는 길에도 항상 비디오를 보신다. 그런 부분에서 존경심이 든다. 선수들이 모두 느낀다. 덕분에 팀이 하나로 더 잘 뭉쳐지고 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의 기쁨도 잠시다. 손 감독은 정관장 대 KCC 누가 올라와도 걱정이 앞선다. 손 감독은 “두 팀 다 저희보다 위다. 배운다는 자세로 한 번 부딪쳐보겠다. 2위 아니면 슈퍼팀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고 어려운 상대”라고 방심하지 않았다.
벌써 정관장과 KCC의 경기를 분석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을 손창환 감독이다. 소노가 챔프전에 올라간 이유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