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어설픈 중재 시도가 국제무대에서 난처한 장면으로 남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축구계 인사를 무대 위에서 악수시키려 했지만 팔레스타인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FIFA 총회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3일 “인판티노 회장이 밴쿠버에서 열린 FIFA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축구 지도자들의 악수를 유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실
제로 지난달 30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76회 FIFA 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축구협회 지브릴 라주브 회장과 이스라엘축구협회 바심 셰이크 술리만 부회장이 무대에 함께 서는 긴장된 장면이 연출됐다.


상황은 두 사람이 각각 총회 연설을 마친 뒤 벌어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술리만 부회장을 무대에 남겨둔 뒤 라주브 회장을 다시 불렀다.
이어 두 사람을 가까이 세워 악수 장면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라주브 회장은 술리만 부회장과 나란히 서는 것조차 거부했고, 마이크에서 떨어진 곳에서 강하게 항의한 뒤 무대를 내려갔다.
인판티노 회장은 “라주브 회장, 술리만 부회장, 함께 협력하자.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함께하자”고 말하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장면은 FIFA가 의도한 ‘화해의 상징’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축구협회 수전 샬라비 부회장은 라주브 회장의 거부 이유에 대해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충돌의 배경에는 오랜 갈등이 있다. 라주브 회장은 총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정착촌을 기반으로 한 클럽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FIFA의 차별 금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FIFA가 이 문제로 이스라엘을 제재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한 상태다. FIFA는 서안지구의 법적 지위가 복잡하고 미해결 상태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스라엘축구협회 측은 구체적인 정치적 발언에는 직접 대응하지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측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축구협회 야리브 테퍼 사무총장 대행은 “우리의 임무는 축구를 발전시키고 모든 지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FIFA 총회에서 드러난 것은 화합보다 균열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축구가 갈등을 넘어서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했다. 악수 한 번으로 덮기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축구계 사이의 갈등은 너무 깊었다.
결국 인판티노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FIFA 수장이 만든 상징적 장면은 평화의 메시지가 아니라, 국제축구계가 정치적 갈등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 됐다. /mcadoo@osen.co.kr
[사진] 데일리메일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