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30)이 마침내 전북 현대의 초록 유니폼을 입고 골 맛을 봤다.
전북 현대는 5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광주FC를 4-0으로 제압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20364명의 관중이 찾아온 가운데 시즌 두 번째 3연승을 질주했다.
이로써 전북은 6승 3무 3패, 승점 21로 한 경기 덜 치른 1위 서울(승점 25)을 4점 차로 추격했다. 반대로 광주는 8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 기록을 또 새로 썼다. 동시에 1승 3무 8패, 승점 6에 머무르며 최하위 탈출에서 더욱 멀어지게 됐다.

화끈한 골 폭죽이 터졌다. 전북은 전반 43분 오베르단의 데뷔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5분 김승섭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추가골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따랐다. 승기를 잡은 전북은 경기 막판 터진 티아고와 이승우의 연속골까지 묶어 대승을 완성했다.
특히 김승섭의 골이 값졌다. 그는 올 시즌 정정용 감독을 따라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드디어 선발 복귀전에서 전북에서 첫 골을 뽑아낸 뒤 정정용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김승섭. 경기 후 그는 "2연승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광주가 상황이 안 좋았지만, 축구라는 건 또 모르는 거다. 우리가 방심하면 질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잘 준비한 덕분에 이렇게 대승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족한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데뷔골을 신고한 기분은 어떨까. 김승섭은 "너무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그런지 좀 얼떨떨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 혼자만의 긴 터널의 시간이 있었다. 마음고생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쫓기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팬분들께서 계속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오늘 혈을 뚫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너무 늦게 터져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전북에 오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고, 작년에 있던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나갔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나 역시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었지만, 이제 12경기 했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 천천히 내 템포를 끌어올려서 더 공격 포인트에 집중하고, 팀이 1위로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스승 정정용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내비쳤다. 김승섭은 "내가 골을 못 넣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감독님까지 엮여서 외부에서 같이 욕을 먹는 상황이 생겼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무리 내가 감독님과 스승 제자 사이라고 해도 김천과 전북은 또 다르다. 전북은 최고의 팀이고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다른 팀에 비해 기다려주는 시간이 많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솔직히 어떻게 보면 감독님도 본인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대해 오롯이 선택하시는 거다. 나는 선발로 나가든 후반에 나가든 불만은 없다. 그 자리를 채워줄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흔드는 말이 있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난 내가 가진 능력으로 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김승섭은 "어떻게 보면 감독님도 김천에 있다가 빅클럽에 오신 거다. 나도 김천에 있다가 빅클럽에 왔다. 상황이 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있던 감독님이 워낙 잘하고 나가신 만큼 나처럼 부담감도 있을 거다. 감독님께서도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정용 감독에게 달려가 안길 수밖에 없었다. 김승섭은 "내가 잘해야 감독님께 더 좋은 상황인데 부진이 길고, 골을 못 넣는 바람에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이제야 골을 터트려서 죄송한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과 포옹했던 거 같다"라고 밝혔다.
정정용 감독은 최근 김승섭을 교체 카드로 활용했다. 이는 김승섭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그는 "아무래도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던 게 사실인 거 같다. 계속 선발로 나서면서 공격 포인트가 없다 보니까 부담감도 있었다. 감독님께서도 뒤에서 한 템포 쉬면서 흐름을 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고 하셨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어 김승섭은 "그간 교체로 들어간 경기에선 임팩트 있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시스트할 수 있는 상황도 있었는데 운도 잘 안 따라줬다. 작년에 운을 다 썼나 싶기도 했다. 시즌이 기니까 천천히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김승섭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팀원들도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빨리 터졌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매 경기 오늘은 터질 거라고 해줬는데 오늘 기어코 터졌다. 팬분들도 그렇고 선수들도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해줬다.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 좀 울컥했다"라며 "최근 우리 팀 공격수들이 골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좀 받았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많이 터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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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