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복귀였지만, 예상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도박 징계 이후 처음 그라운드에 선 나승엽을 향해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야유 대신 응원가를 불렀고, 그는 승부의 쐐기를 박는 홈런으로 화답했다. 나승엽은 “솔직히 응원가를 안 불러주실 줄 알았다”라며 울컥한 심정을 전했다.
나승엽은 지난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4차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8-1 완승을 이끌었다.
2회초 2루수 뜬공, 3회초 병살타로 몸을 푼 나승엽은 2-1로 앞선 6회초 1사 1루에서 다승 공동 1위의 KT 선발 케일럽 보쉴리를 만나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냈다.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커브(117km)를 공략해 비거리 129.8m 우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징계 복귀 후 이틀 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친 순간이었다.

나승엽은 6-1로 앞선 7회초 무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위즈파크 외부 쓰레기장 화재로 인해 경기가 23분 간 중단되는 변수가 발생했으나 재개 후 주권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2026시즌 롯데 타선을 이끌 중심타자로 주목받았던 나승엽은 지난 2월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사행성 오락실에 방문해 도박 파문을 일으키며 KBO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 해제와 함께 어린이날 1군 무대로 복귀해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 그는 긴 공백에도 5일 대타로 2타수 2안타 1타점의 임팩트를 남긴 뒤 이튿날 4번타자 중책을 맡아 또 맹타를 휘둘렀다.
나승엽은 “솔직히 4번타자 출전은 예상 못 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며 “징계 기간 동안 3군에서 코치님들이 너무 잘 지도해주셨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연습을 많이 했다. 잘하려는 마음보다 이기자는 마음으로 매 타석을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활약 비결을 밝혔다.

나승엽이 징계를 딛고 빠르게 비상한 또 다른 요인은 수원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이었다. 이들은 나승엽을 향해 야유를 보내지 않고 목청껏 응원가를 불렀는데 나승엽은 “솔직히 조금 울컥했다. 처음에는 응원가를 안 불러주실 줄 알았는데 불러주셔서 울컥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그냥 이제 앞으로 매 경기 이기기만 하겠다”라는 진심을 덧붙였다.
징계에서 돌아온 나승엽의 2경기 기록은 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2득점 OPS 1.571. 롯데가 왜 오매불망 그의 징계 해제를 기다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승엽, 고승민이 지난 이틀처럼만 활약한다면 롯데의 중위궈 도약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나승엽은 “징계 기간 동안 롯데 경기를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 팀이 상승세를 못 탔는데 그냥 이기기만을 바랐다”라며 “오늘 활약은 이제 잊겠다. 내일 다시 잘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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