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셀틱)이 셀틱의 우승 레이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남겼다. 가장 뜨거운 무대에서 나온 한 골. 올드펌 더비 동점골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라 셀틱의 역전 우승 흐름을 살린 장면이었다.
셀틱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 파크에서 열린 레인저스와 올드펌 더비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출발은 불안했다. 전반 9분 미키 무어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라이벌전 특유의 압박감까지 더해지면서 셀틱 파크의 공기도 무거워졌다.
그 흐름을 바꾼 선수가 양현준이었다. 전반 23분 아르네 엥겔스가 내준 패스를 받은 양현준은 문전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0-1로 밀리던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셀틱 파크의 분위기도 그 순간부터 달라졌다.

셀틱은 이후 후반 들어 다이젠 마에다의 멀티골까지 더해 3-1 역전승을 완성했다. 경기 결과만 보면 셀틱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출발점은 양현준의 동점골이었다. 그 골이 없었다면 셀틱은 레인저스의 압박 속에서 더 어려운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 한 골의 무게는 컸다. 셀틱은 당시 선두 하츠를 추격하던 상황이었다. 레인저스전에서 미끄러졌다면 우승 경쟁의 흐름이 크게 꺾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양현준의 골이 균형을 만들었고, 마에다가 승리를 완성했다. 셀틱은 마지막 주까지 우승 가능성을 끌고 갔다.
결국 셀틱은 최종전에서 하츠를 꺾고 리그 우승을 지켰다. 하츠는 오랜 기다림 끝에 정상 문턱까지 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셀틱은 다시 챔피언이 됐다. 그 과정에서 올드펌 더비 승리는 분명한 분기점이었다. 그리고 그 승리의 첫 장면에는 양현준이 있었다.
양현준에게도 의미가 큰 경기였다. 유럽 무대 초반 그는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셀틱은 이름값이 큰 팀이고, 측면 경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번 시즌 양현준은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넓혔다. 단순한 로테이션 자원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는 인상을 남겼다.

올드펌 더비는 평범한 리그 경기가 아니다. 스코틀랜드 축구의 감정이 가장 강하게 부딪히는 무대다. 그 경기에서 골을 넣는다는 건 팬들에게 오래 남는 장면이다. 특히 한국 선수에게는 더 특별하다. 유럽의 대표적인 라이벌전에서 직접 결과에 영향을 준 사례는 많지 않다.
이제 시선은 대표팀으로도 향한다. 홍명보호는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명단과 역할 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측면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양현준이 가진 장점은 분명하다. 속도와 활동량, 전방 압박, 그리고 순간적으로 박스 안에 들어가 마무리하는 움직임이다.
대표팀에서 측면 자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단순하지 않다. 공을 운반해야 하고, 수비 전환에도 가담해야 한다. 상대 풀백을 흔들어야 하며, 때로는 직접 골문 앞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양현준은 셀틱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우승 경쟁이 걸린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물론 한 골로 모든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무대는 더 빠르고, 더 거칠고, 더 냉정하다. 대표팀 경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결과를 낸 선수에게는 다른 힘이 붙는다.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짧은 시간 안에 흐름을 바꿔야 하는 대표팀 경기에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양현준은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그래서 더 지켜볼 만하다. 유럽 3년 차에 들어선 그는 이제 단순한 기대주에서 벗어나고 있다. 셀틱의 우승 과정에서 조용히 지나가는 이름이 아니라, 직접 균형을 만든 선수로 남았다.
올드펌에서 만든 동점골, 셀틱의 역전승, 그리고 최종전 우승까지 이어진 흐름. 양현준은 그 안에서 자신의 장면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대표팀이다. 셀틱에서 흐름을 바꾼 양현준이 홍명보호에서도 같은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적어도 이번 시즌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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