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결국 아시아 정상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수원에서 열린 이번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는 우승의 감동만큼이나 적지 않은 논란도 함께 남겼다.
내고향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북한 클럽이 아시아 여자 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초반은 벨레자가 주도했다. 점유율과 공격 전개 모두 일본 팀이 앞섰다. 하지만 내고향은 특유의 강한 압박과 조직적인 수비로 버텼다.


결국 승부는 전반 막판 갈렸다. 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정금의 패스를 받은 주장 김경영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후 내고향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고 벨레자의 공세를 막아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종료 직후 내고향 선수단 감정은 폭발했다. 리유일 감독은 터치라인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어 감독 헹가래까지 펼쳐졌다.
선수단은 인공기를 펼쳐든 채 수원종합운동장 트랙을 돌며 우승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이후 벨레자 벤치 앞에 자리를 잡고 단체 사진까지 촬영했다.
준결승전과 비교하면 달라진 장면도 있었다.
내고향은 앞선 수원FC 위민과 준결승전에서는 경기 종료 후 상대 선수단과 별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심판진과만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세리머니로 이동했고 수원FC 위민 선수들은 팬들에게 인사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결승에서는 벨레자 선수단과 심판진이 인사를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한 뒤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악수를 나눴다.
시상식 분위기도 뜨거웠다. 메달 수여 후 선수단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고 다시 한 번 인공기를 펼쳐들며 기념 촬영을 이어갔다. 벨레자 선수단 역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내고향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봤다.
다만 이번 대회는 경기 외적인 논란 역시 거셌다.
가장 큰 논란은 준결승전에서 불거진 공동응원단 편파 응원 문제였다.
당시 수원FC 위민은 엄연한 홈팀이었다. 장소 역시 수원종합운동장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양 팀을 모두 응원하겠다는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내고향을 향한 응원이 압도적으로 이어졌다. 수원FC 위민 공격 상황에서는 침묵이 이어졌고 북한 팀 공격 장면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소연의 페널티킥 실축 순간 환호성이 나왔다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결국 수원FC 위민 박길영 감독도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수원FC는 대한민국 팀인데 경기 중 계속 내고향 응원이 나왔다. 정말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태극기 제지 논란도 발생했다.
탈북민 유튜버 김서아 씨는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다 제지를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관계자는 “태극기는 안 된다”고 말했고 주변 관중들은 “대한민국에서 왜 태극기를 못 드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내고향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 위에서 인공기를 펼쳐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숙소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수원FC 위민은 당초 내고향과 같은 호텔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숙소 변경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홈팀이 정상적인 홈팀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이미 공동응원단 편파 응원과 태극기 제지 문제로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 주무 부처 장관까지 북한 팀 우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결국 이번 AWCL은 북한 클럽의 역사적인 우승이라는 장면과 함께 스포츠와 정치, 남북 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논란까지 동시에 남긴 대회가 됐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