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첫 번째 ‘고지전’에 나선다. 상대는 트리니다드토바고다. 이름값만 보면 월드컵 본선 상대보다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번 평가전의 핵심은 상대 전력이 아니다. 선수들이 고지대 환경에서 얼마나 평소의 축구를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지난 18일부터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리고 본선 대비 훈련을 이어왔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고지대 변수에 일찍 적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고지대는 경기 운영을 바꾼다. 평소와 같은 속도로 압박해도 회복 시간이 길어지고, 슈팅과 패스의 감각도 달라질 수 있다. 세트피스 킥의 궤적, 롱패스 타이밍, 후반 막판 수비 집중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홍명보 감독이 훈련 과정에서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취지로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훈련에서 적응했다는 느낌과 실제 경기에서 버티는 것은 다르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그래서 실험보다 점검에 가깝다. 홍명보호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어떤 속도로 경기를 시작하고, 어느 시점부터 압박 강도를 조절할지 확인해야 한다. 초반부터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릴 경우 후반에 체력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들어가면 본선 첫 경기부터 주도권을 내주는 흐름이 될 수 있다.
개별 선수들의 경기 감각도 중요하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의 속도와 마무리를 맞춰야 한다. 중원에서는 황인범 등 핵심 자원들이 템포를 조절하고, 수비진은 공중볼과 세컨드볼 처리에서 흔들림을 줄여야 한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FIFA 랭킹상 한국보다 아래에 있다고 해도, 평가전은 결과보다 내용이 더 크게 남는다.

이번 경기에서 봐야 할 또 다른 지점은 교체 이후의 균형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선발 조합만큼이나 후반 운영이 중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측면을 어떻게 바꾸고, 중원 숫자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승점으로 이어진다. 홍명보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의 호흡과 함께 백업 자원의 즉시 전력감도 확인해야 한다. 예상보다 작은 차이가 본선에서는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가 강호가 아니라는 점도 오히려 부담이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큰 평가를 받기 어렵다. 빌드업 속도, 압박 전환, 세트피스 수비처럼 본선에서 반복될 장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월드컵은 첫 경기에서 흐름이 갈린다. 한국은 매 대회마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홍명보호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도 결국 그 부분이다. 고지대에서 숨이 차도 라인을 유지할 수 있는지, 선제골을 넣지 못해도 조급해지지 않는지, 교체 카드가 들어간 뒤에도 팀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지 봐야 한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작은 평가전이 아니다. 홍명보호가 본선 모드로 들어갔는지를 보여줄 첫 실전이다. 화려한 대승보다 필요한 건 본선에서 꺼낼 수 있는 답이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