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첫 고지대 실전 모의고사에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손흥민의 멀티골이 터졌고 새로운 카드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단순한 대승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 브리검영대학교(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서 5-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전반 멀티골로 공격을 이끌었고 후반에는 조규성과 황희찬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경기는 북중미 월드컵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고지대 적응을 위해 준비된 실전 테스트였다. 대표팀은 오는 6월 4일 같은 장소에서 엘살바도르와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른 뒤 결전지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한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스리백 전술을 선택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고 수비진은 이기혁-조유민-이한범으로 구성됐다. 중원에는 백승호와 김진규가 배치됐고 양 측면은 옌스 카스트로프와 김문환이 맡았다. 최전방 원톱에는 손흥민이 섰고 배준호와 이동경이 2선에서 지원했다.
경기 초반 한국은 주도권을 쥐고도 쉽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점유율에서는 앞섰지만 상대 장신 수비진을 상대로 박스 안 공략이 원활하지 않았다. 크로스가 번번이 막혔고 세컨드볼 싸움에서도 다소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격 템포가 살아났다. 전반 39분 균형을 깨는 장면이 나왔다. 김진규가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렀고 김문환이 오른쪽 깊숙한 지역까지 파고들었다. 이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연결했고 손흥민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정확하게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A매치 통산 55번째 골이었다.
흐름을 탄 대표팀은 곧바로 추가골까지 만들었다. 전반 42분 배준호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반칙을 유도했고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왼쪽 구석으로 강하게 차 넣으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특히 손흥민에게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올 시즌 MLS 무대에서는 아직 득점이 없었던 손흥민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치며 골 감각 회복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움직임과 마무리 모두 한층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새롭게 시험대에 오른 선수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스리백 왼쪽 수비수로 나선 이기혁은 안정적인 수비뿐 아니라 빌드업 과정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유의 왼발 킥 능력을 앞세워 반대 전환 패스와 전진 패스를 과감하게 시도했고 이는 대표팀 공격 전개의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대각 전환과 직선적인 전진 패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공격 흐름도 살아났다. 홍명보 감독이 왜 이기혁 카드를 실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왼쪽 측면의 옌스 카스트로프도 인상적이었다. 카스트로프는 수비 상황에서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볼을 끊어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단순히 위치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전진 수비를 통해 흐름을 끊어냈다.
공격에서도 활발했다. 높은 위치까지 적극적으로 올라가 배준호와 연계를 만들었고 왼쪽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숫자 우위를 형성했다. 활동량과 압박 강도 모두 합격점이었다.
대표팀은 해발 약 1460m 고지대에서 열린 경기임에도 끝까지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환을 유지했다. 지난 19일부터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한 적응 훈련 효과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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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는 이제 엘살바도르전을 통해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손흥민의 득점 감각 회복, 스리백 안정감, 새로운 자원의 가능성까지 확인한 대표팀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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