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의 월드컵 8강은 노란색 카드 한 장이 갈랐다.
아르헨티나는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스위스를 연장 끝에 3-1로 꺾었다. 디펜딩 챔피언은 4강으로 향했고, 스위스 공격수 브릴 엠볼로는 상대에게 나왔던 카드가 자신에게 넘어오면서 경기장을 떠났다.
아르헨티나가 먼저 골문을 열었다. 전반 10분 리오넬 메시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메시의 왼발을 떠난 공은 수비수 사이를 통과했고, 맥 알리스터는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스위스는 한 골을 내준 뒤에도 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중원에서 아르헨티나의 패스 길을 끊고 단 은도예와 엠볼로의 속도를 이용했다. 아르헨티나는 공을 더 오래 잡았지만 메시에게 공이 들어가는 순간마다 두세 명이 달라붙었다.
스위스의 동점골은 후반 22분 터졌다. 은도예가 문전으로 파고들어 아르헨티나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 이후 경기를 통제하던 아르헨티나는 한 번의 수비 균열로 1-1을 허용했다. 스위스 벤치는 모두 일어났고 승부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경기의 방향은 5분 뒤 완전히 바뀌었다. 엠볼로가 공을 몰고 전진하던 과정에서 레안드로 파레데스와 충돌했다. 주심 주앙 피녜이루는 파레데스에게 경고를 꺼냈다. 스위스는 상대의 반칙을 얻어냈다고 생각했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판정에 항의했다.

비디오 판독실이 ‘선수 오인’을 이유로 주심을 불렀다. 느린 화면에서 엠볼로의 몸이 파레데스와 본격적으로 접촉하기 전에 무너지기 시작한 장면이 포착됐다. 주심은 온필드 리뷰 뒤 파레데스에게 줬던 경고를 취소했다. 대신 엠볼로가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보고 노란색 카드를 들었다.
엠볼로는 전반 종료 직전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새 카드가 두 번째 경고가 되면서 곧바로 퇴장이 선언됐다. 동점골로 흐름을 되찾은 스위스는 불과 5분 만에 공격수 한 명을 잃었다. 엠볼로는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눈물을 보였다.
무라트 야킨 스위스 감독과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파레데스가 실제로 다리를 뻗었고 엠볼로의 움직임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었다. 심판진은 엠볼로가 접촉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넘어졌다고 판단했다. 경기 직후 엠볼로의 시뮬레이션 액션이 확인됐다.
이번 판독은 2026 월드컵부터 넓어진 ‘선수 오인’ 적용 범위 위에서 이뤄졌다. 과거에는 반칙을 범한 동료 대신 엉뚱한 선수가 카드를 받았을 때 주로 쓰였다. 새 규정은 경고를 받은 선수와 실제 경고 대상이 서로 다른 팀에 속한 경우에도 비디오 판독이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과 파라과이의 조별리그에서도 비슷한 판독이 나왔다. 미국 수비수 팀 림에게 주어졌던 경고가 판독 뒤 파라과이의 미겔 알미론에게 넘어갔다. 당시에는 카드의 주인만 바뀌었다. 엠볼로에게는 기존 경고가 있었고 판독 한 번이 퇴장으로 직결됐다.
스위스는 후반 남은 시간과 연장 30분을 10명으로 버텨야 했다. 수비 간격을 좁히고 페널티지역 앞에 두 줄을 세웠다. 아르헨티나는 좌우로 공을 돌리며 수적 우세를 이용했지만 정규시간 안에는 두 번째 골을 만들지 못했다.
메시는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패스를 뿌렸다. 훌리안 알바레스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도 문전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스위스 골키퍼와 수비진은 몸을 던졌다. 한 명이 부족한 스위스는 공격 대신 승부차기까지 시간을 끌어가는 데 힘을 쏟았다.
침묵은 연장 후반 7분 깨졌다. 알바레스가 페널티지역 왼쪽 바깥에서 오른발을 휘둘렀다. 공은 수비수를 지나 골문 오른쪽 위로 빨려 들어갔다. 정규시간 내내 스위스 수비에 막혔던 아르헨티나는 중거리 슈팅 한 방으로 2-1을 만들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는 마르티네스가 승부를 닫았다. 문전에서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밀어 넣어 3-1을 완성했다. 스위스는 수적 열세 속에서도 연장 후반까지 버텼지만 마지막 10분을 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16일 오전 4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준결승을 치른다.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 이후 40년 만에 두 나라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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