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이 보여준 성과는 단순히 경기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강호들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은 물론, 선수들이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바뀌면서 대표팀을 향한 관심과 열기가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일본에서 나왔다.
재일 축구전문기자 신무광 기자는 최근 야후재팬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번 일본 대표팀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소통하는 방식까지 달라졌다"며 "그 변화가 월드컵 열기를 키운 중요한 요소였다"고 평가했다.
신 기자는 일본 스포츠 라이터 미무라 유우스케가 넘버웹(Number Web)과 슈에이샤 온라인 등에 기고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번 일본 대표팀은 기존처럼 취재진의 질문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들이 먼저 언론 앞에 서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나가토모 유토는 "벽을 넘으면 엄청난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며 팬들에게 희망을 전했고, 우에다 아야세와 다나카 아오, 주장 이타쿠라 고 역시 경기 전후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선수들의 한마디는 기사와 영상으로 제작됐고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본 전역의 월드컵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신무광 기자는 "피치 위에서의 경기와 피치 밖에서의 발신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며 "선수들의 말이 팬들의 감정을 움직였고, 그 열기가 다시 대표팀을 뒷받침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는 이번 한국 대표팀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신 기자는 한국 대표팀이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월드컵 기간 오히려 팬들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좁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 출발점은 대회 개막 전 훈련장에서 발생한 언론 논란이었다.
당시 일부 취재진이 손흥민의 병역특례와 관련해 조롱성 발언을 했고, 해당 음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특례 대상이 됐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기초군사훈련도 모두 마쳤다.
신 기자는 "선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이었다"며 "손흥민이 분노하고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그 이후였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개인과 언론의 갈등이 대표팀 전체의 취재 거부로 확대되면서 팬들에게 선수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체코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황인범의 기자회견은 취소됐고,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오현규 역시 인터뷰 대신 의료진 관련 취재로 대체됐다. 이후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장기간 언론과 거리를 뒀다.
신 기자는 "주장에 대한 연대의 의미였을 수는 있다"면서도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 앞에서 직접 사과하고 문제를 일으킨 기자 역시 공개 사과와 함께 취재를 중단했음에도 취재 거부가 계속된 것은 대회 운영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당시 현장을 직접 취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 안팎에서 불필요한 긴장감과 노이즈가 이어졌고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도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신무광 기자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월드컵은 선수들만 뛰는 대회가 아니다. 팬과 국민, 미디어가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라며 "선수들의 인터뷰는 단순한 기사거리가 아니라 대표팀의 이야기를 국민과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황인범과 오현규처럼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노력과 감정을 국민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골을 넣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누구에게 승리를 전하고 싶었는지, 어떤 각오로 경기에 나섰는지를 국민들은 듣고 싶어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대표팀의 열기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 기자는 "세계적인 스타인 손흥민은 언제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가장 큰 무대일 수 있다"며 "그 소중한 기회가 대표팀 전체의 침묵 속에서 사라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그는 언론의 책임도 분명히 했다. 문제를 일으킨 취재진의 잘못은 결코 가볍지 않았으며 대한축구협회의 위기관리 능력과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지도부의 대응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과 국민에게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충분히 병행할 수 있었던 문제"라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에게는 강하게 항의하면서도 팬들과의 소통은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대표팀 주장은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갈등을 정리하고 대표팀이 다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드는 선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본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의 차이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본 선수들은 억울함도, 기쁨도, 각오도 모두 자신의 말로 전달했다. 그 말들이 팬들의 감정을 움직였고 대표팀을 '우리 팀'으로 만들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국민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월드컵은 피치 위 경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수의 말과 팬의 감정, 언론의 보도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며 "한국 축구 역시 앞으로 미디어와 어떻게 마주하고 팬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고 글을 맺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