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희비가 정치적인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영국 정부가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펼친 '말비나스 제도' 현수막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잉글랜드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1-2로 역전패했다. 후반 10분 터진 앤서니 고든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추가시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에게 역전골까지 얻어맞으며 탈락했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60년 만의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1966년 자국서 열린 월드컵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정상을 노렸지만, 결승 문턱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해리 케인의 생애 첫 발롱도르 수상 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득점 후 경기 운영과 선수 교체를 수비적으로 바꾼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이 독으로 작용했다. 높은 에너지 레벨로 아르헨티나를 압박하던 잉글랜드는 급격히 내려앉으며 수비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리오넬 메시를 막을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2도움에 힘입어 7분간 두 골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뜨거웠던 양 팀의 싸움은 경기 후에도 계속됐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펼치며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 제도라고 부르는 섬으로 소유권을 두고 과거 두 국가가 전쟁을 벌였던 땅이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와 아주 가까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엄연히 영국의 해외 영토다. 영국이 먼저 발견한 뒤 오랜 기간 지배해 왔고,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군의 침공을 막아내기도 했다. 심지어 현지 주민들도 2013년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비율(99.7%)로 영국령으로 남길 택했다.
그럼에도 극적인 승리에 취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리며 영국을 도발했다.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갈등은 경기 전부터 우려를 모았고, FIFA도 아르헨티나 팬들이 관련 깃발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자 선수들이 직접 나선 것.
이를 본 영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BBC'는 "영국 정부는 '월드컵은 우리 것이 아니었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분명히 우리 것'이라고 밝혔다. 현수막 논란에 휩싸인 아르헨티나는 FIFA의 징계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피터 카일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내건 현수막이 "전적으로 부적절했다"고 비판하며, FIFA가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는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매우 심각하게 위반한 사례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총리실 공식 대변인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우리 것이 아닐 수 있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분명 우리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자결권은 포클랜드 주민들에게 있으며, 포클랜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변인은 "(징계 여부는) FIFA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총리는 결승에 오른 두 팀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특히 스페인에 행운을 빈다"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영국 개혁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는 아예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행동을 "역겹다"고 비판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영국 해군력을 빠르게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아르헨티나 측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는 "말비나스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아르헨티나의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부통령 빅토리아 비야루엘 역시 소셜 미디어에 군인 영상을 올리며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다. 경기장에는 가져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피와 가슴 속에 품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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