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네 번째 임기를 향한 길에 사실상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유예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커졌지만, FIFA 회원국 대부분이 이미 인판티노 회장 지지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17일(한국시간) FIFA 211개 회원협회 가운데 200곳 이상이 인판티노 회장의 재선을 지지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후보 등록 마감은 11월 18일이다. 지지 서한은 마감 전까지 철회하거나 다른 후보에게 돌릴 수 있지만, 현재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낸 인물은 없다.
유럽에서도 균열은 크지 않았다. 독일은 서한을 보내지 않은 가장 눈에 띄는 축구협회로 알려졌다. 잉글랜드는 일찌감치 지지를 전달했다. 최근 열흘 동안 유럽이 대항 후보를 내야 한다는 논의가 비공개로 오갔지만, 한 사람에게 표를 모으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반대 진영이 30~40표를 확보해도 선거 결과보다 FIFA 운영을 공개적으로 따지는 무대에 가까울 수 있다.


문제는 지지의 자발성이다. 일부 회원협회가 FIFA 측으로부터 조기에 입장을 밝히라는 압박을 느꼈다는 주장도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선거 과정에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윤리 규정과 충돌할 수 있다. 다만 200곳 이상의 서한은 FIFA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취재 보도 단계다. 서한의 전체 명단과 구체적인 제출 경위도 공개되지 않았다.
인판티노 체제를 둘러싼 최근 갈등의 중심에는 미국 공격수 발로건이 있다. 발로건은 보스니아와의 경기에서 퇴장당해 자동 출전정지 대상이 됐다. 이후 FIFA 징계기구는 해당 징계를 1년간 유예했고, 그는 벨기에와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미국은 1-4로 패했지만 판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해 사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이 바뀐 뒤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FIFA는 징계기구가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외부에서는 개최국 대통령의 요구가 실제 결정에 영향을 줬는지 의심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UEFA는 징계 유예가 선을 넘은 결정이며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월드컵 심판으로 선발된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이 미국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일도 FIFA와 유럽 축구계의 갈등을 키웠다. 경기 규정과 개최국 정치가 뒤엉킨 두 사건은 인판티노 회장의 밀착 외교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표의 흐름은 압도적이다. FIFA가 회원협회에 배분하는 지원금과 대회 수익, 각 지역의 개발 사업은 현 체제의 단단한 기반이다. 회원국들은 18일 뉴욕에서 회의를 열고 재정 성과와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발로건 사건과 선거 압박 의혹이 공식 의제의 중심에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후보 등록까지 남은 시간은 넉 달이다. 인판티노 회장을 멈추려면 대항마뿐 아니라 흩어진 반대표를 묶을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 숫자만 놓고 보면 선거는 경쟁이 아니라 추인에 가깝다. 월드컵 결승을 앞둔 뉴욕에서 인판티노 회장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자신의 다음 임기까지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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