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인물을 향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 온 박지성이 이번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자신과 이영표를 겨냥해 “뭘 안다고 혁신위원회를 하느냐”고 말한 지역축구협회장을 향해 책임 있는 위치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고 직격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를 마친 뒤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서 회장은 지난 16일 KBS를 통해 “박지성, 이영표가 뭘 안다고 혁신위원회를 하느냐”며 “그렇게 비판만 하지 말고 직접 선거를 나오라”고 말했다.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두 사람의 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제도 개선을 주장하려면 직접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라는 논리였다.

발언 뒤 반발이 이어졌다.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 홈페이지에는 서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혁신위 참여를 문제 삼은 방식과 지역축구협회장이라는 위치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박 위원장은 서 회장의 의견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근거보다 반대를 앞세운 발언은 대중의 평가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에는 누구나 단순히 반대할 목적을 가지고 타당한 이유가 아닌 말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판단한다”며 “그분의 의견은 그분의 생각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많은 분이 그 발언에 거부 반응을 보인 건 결국 그분의 위치에 안 맞는 행동이었다는 걸 증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의 발언을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이 혁신위원으로서 어떤 자격을 갖췄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축구 행정 책임자의 말과 행동이 그 자리에 맞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개적인 설전보다 발언자의 위치와 책임을 판단 기준으로 내세웠다.
평소 박 위원장의 화법과 비교하면 강도가 높았다. 그는 현역 시절부터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피했고 은퇴 후에도 특정 축구인을 직접 겨냥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문제를 언급할 때도 개인보다 제도와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도 비판의 끝을 서 회장 개인에게 두지는 않았다. 박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가 이런 상황이 된 것에는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와 지역협회, 혁신위원과 현장 관계자 모두 현재의 신뢰 하락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축구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편의 결과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논의 과정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모든 절차에 의해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과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축구계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에게 적용한 기준에서 자신과 혁신위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
이날 혁신위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와 선거인단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현행 300명 이내 간선제 규정을 손보고 공정성과 대표성, 실현 가능성을 갖춘 보완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역축구협회를 포함한 기존 행정 구조가 논의 대상에 오른 시점에서 나온 공개 비판이라 파장은 더 컸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뭘 아느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자신의 경력을 꺼내지 않았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그 말에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되물었다. 늘 말을 아끼던 박지성이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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