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2030 월드컵을 64개국 체제로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 많은 국가에 기회를 주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경쟁력 저하와 일정, 개최 비용, 수익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국 'BBC'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체제의 10년을 통해 확인된 한 가지는 더 많은 것이 더 좋다는 철학"이라며 "더 많은 대회와 경기, 수익을 추구해온 FIFA가 이제 64개국 월드컵의 문까지 열었다"고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작은 나라들에 참가 기회를 주지 않으면 발전하려는 동기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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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이에 대해 "작은 국가들이 기회를 빼앗긴 것은 아니다. 충분히 강하다면 카보베르데, 퀴라소, 요르단, 우즈베키스탄처럼 본선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회 방식만 놓고 보면 64개국 체제가 오히려 단순해질 수 있다.
1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한 뒤 각 조 상위 두 팀이 32강에 진출하면 된다. 현재 48개국 체제처럼 일부 조 3위 팀의 성적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
형식적인 편리함을 제외하면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BBC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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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개국 확대 논의는 남미에서 시작됐다. 2030 월드컵은 초대 대회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모로코와 포르투갈, 스페인이 중심 개최국을 맡고,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개막 세 경기가 열린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더 많은 경기를 원하고 있다. CONMEBOL은 지난해 4월 2030 대회를 한 차례에 한해 64개국 체제로 진행해 추가되는 네 개 조의 경기를 남미가 모두 맡는 방안을 FIFA에 요청했다.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CONMEBOL 회장은 이를 두고 "지구상의 누구도 축제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대륙의 반응은 냉담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본선과 예선 모두에 좋지 않은 방안이라고 반대했다.
빅터 몬탈리아니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회장도 월드컵 추가 확대가 전체 축구 생태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역시 추가 확대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 의견이 많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종 결정은 FIFA 평의회 구성원 37명이 내린다.
64개국 체제의 가장 큰 명분은 신흥 축구국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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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는 카보베르데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카보베르데는 스페인과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며 조 2위로 32강에 올랐고, 아르헨티나와 16강에서는 연장전까지 끌고 간 끝에 2-3으로 석패했다.
대회 전 48개국 확대가 경기력 격차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카보베르데의 선전은 반대 사례가 됐다.
모든 참가국이 경쟁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아이티와 이라크, 요르단, 파나마, 튀니지,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에서 승점 하나도 얻지 못했다. 강팀들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위험도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BBC는 참가국을 더 늘릴 경우 2022년 벨기에, 2018년 독일, 2014년 스페인, 2010년 이탈리아, 2002년 프랑스처럼 우승 후보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추가 출전권을 어느 대륙에 배분할지도 문제다. 2026 월드컵 예선 결과를 기준으로 64개국 체제가 적용됐다면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오만, 아랍에미리트가 추가로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덴마크와 이탈리아, 폴란드, 북중미에서는 온두라스와 자메이카, 수리남이 추가됐을 가능성이 크다.
남미에서는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오세아니아에서는 뉴칼레도니아, 아프리카에서는 부르키나파소와 카메룬, 가봉, 나이지리아가 포함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FIFA 랭킹 50위 안에 든 팀은 6개에 불과하다. 유럽이 세 팀, 아프리카가 두 팀, 남미가 한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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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별 경쟁력 차이도 확인됐다.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는 10개국 가운데 9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아시아는 9개국 중 두 팀만 다음 라운드에 올랐고, 북중미도 공동 개최국을 포함해 6개국 중 세 팀만 생존했다.
오세아니아에서는 뉴질랜드가 승점 1점으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FIFA 랭킹 150위 안에 포함된 오세아니아 국가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경쟁력만 고려한다면 추가 출전권을 유럽에 더 많이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월드컵 참가 자체가 각국 축구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BBC는 "인판티노 회장은 확대가 세계 축구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대회의 질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인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64개국이면 FIFA 회원국 211개 가운데 약 3분의 1이 본선에 참가한다.
조별리그가 사실상 대륙 통합 예선처럼 변하고, 월드컵의 본체는 32강부터 시작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운영 문제도 만만치 않다. 64개국 체제는 현재 방식에 네 개 조를 추가하는 형태지만 경기 수는 24경기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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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은 39일 동안 진행됐다. 추가 경기를 소화하려면 약 20개의 경기 시간대가 더 필요하고, 대회 기간도 최소 닷새가량 길어질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은 여러 시간대와 실내 경기장을 활용해 하루 경기 시간을 14시간까지 늘릴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같은 방식이 쉽지 않다. 기후변화로 낮 경기 개최 부담은 커지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고, 다른 개최국들이 애틀랜타와 댈러스, 휴스턴, 밴쿠버처럼 지붕이 있는 경기장을 다수 확보하기도 어렵다.
2034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은 무더위를 피해 2035년 1월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기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불투명하다.
대회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단일 국가 개최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대회는 16개 도시에서 열렸고 경기장 규모는 4만3000석에서 8만1000석 사이였다. 64개국 체제에서는 더 많은 경기장과 개최 도시가 필요하다.
본선 참가국마다 최고 수준의 훈련 시설도 하나씩 마련해야 한다. 64개 팀을 위한 숙박 시설, 팬 이동을 위한 교통망과 지원 인프라도 요구된다.
BBC는 "월드컵 확대는 더 많은 나라에 기회를 주는 것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논의의 끝에는 수익이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취임 당시 축구계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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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각 회원국 축구협회는 4년 동안 8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국가에는 120만 달러가 추가로 지급된다.
각 대륙 연맹에도 축구 발전과 대회 운영을 위해 6000만 달러가 배정된다. 인판티노 회장이 내년 선거에서 사실상 단독으로 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해당 재원은 대부분 월드컵에서 나온다. FIFA는 2017년 48개국 월드컵이 65억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경기 수를 24경기 더 늘렸고, 이번 대회 수익 전망치는 9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64개국 체제가 도입되면 중계권과 스폰서십, 입장권 판매 수익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FIFA는 세계 축구를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으로 더 많은 경기와 더 큰 대회를 선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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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비판하는 쪽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확대가 더 이상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64개국 월드컵은 형식상 더 깔끔하고, 더 많은 국가에 꿈을 줄 수 있다. 그 대가로 대회의 긴장감과 경쟁력, 개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FIFA가 추구하는 '더 많은 축구'가 월드컵의 가치를 키울지, 오히려 희석할지는 이제 37명의 FIFA 평의회 구성원에게 달렸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