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며 불면의 밤을 지샜던 한국 거포 유망주의 잠재력이 마침내 터졌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더블A 스프링필드 카디널스 소속으로 활약 중인 조원빈(20)이 20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몰아치며 폭풍 성장세를 이어갔다.
조원빈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스프링데일 아베스트 볼파크에서 열린 노스웨스트 아칸사스 내추럴스(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와의 더블A 경기에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8회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올해 하이 싱글A 피오리아 치프스에서 56경기 타율 2할6푼9리(193타수 52안타) 8홈런 39타점 OPS .882로 활약하며 지난달 24일 더블A로 승격된 조원빈은 20경기 타율 2할6푼6리(64타수 17안타) 10홈런 21타점 OPS 1.147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전문 매체 ‘STL 스포츠 페이지’도 이날 조원빈과 인터뷰를 전하며 그의 성장 과정을 전했다.
서울컨벤션고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조원빈은 지난 2022년 1월 계약금 5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최초의 한국인 아마추어 선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까지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며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몇 년간 밤잠을 이루기 어려운 나날이었다. 조원빈은 “내일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무서웠다. 미래가 걱정됐다. 어떤 날은 경기장에 나가고 싶지 않았고, 야구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피오리아에서만 2년을 보냈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구단이 나를 하이 싱글A에 10년이나 놔둘리 없다는 걸고 알고 있었다”며 방출을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 첫발을 내딛은 2022년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언어 장벽에 부딪치며 야구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KBO 신인 드래프트를 포기하고 미국에 온 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닌지 스스로 의문을 품은 순간들도 있었다. “팀 동료들과 타격 연습을 할 때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빠르며 실력도 뛰어났다.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들 정말 잘하네. 주전이 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것이 조원빈의 말이다.
변화의 시작은 루틴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내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좋을 때는 아주 뜨거웠지만 안 될 때 완전히 식어버린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내일은 새로운 날이지만 매일 같은 마음, 같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루틴을 지켰다”고 돌아봤다.

이어 조원빈은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다면 증명해야 할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매일 최선을 다했다. 잘 안 될 때 루틴을 지키지 못한 게 문제였고, 나 자신을 더 강하게 몰아붙여야 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고, 매 순간 그 시점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시력이었다. 조원빈은 “야간 경기에서 공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할 때 뜬공을 너무 많이 놓쳤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며 2024년 시즌을 마친 뒤부터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며 미국 생활에 녹아들었다. 유튜브 영상과 영화를 보며 영어를 공부한 조원빈은 팀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가장 큰 도움을 준 동료가 지난해 룸메이트였던 외야수 트래비스 허니맨. 조원빈을 집에 초대해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도 했던 허니맨은 “가끔 조원빈이 음식을 다 먹지 않은 걸 보고 놀라곤 한다. 그는 내가 평생 만난 사람 중 가장 많이 먹는다”며 웃었다. 편식을 하지 않는다는 조원빈은 미국 진출 후 30파운드(13.6kg)가량 증량했다.

허니맨은 “올해 조원빈이 보여주고 있는 재능은 원래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그에게 ‘넌 재능 있어. 그 재능이 곧 드러날 거야’라고 말했는데 올해 잠재력이 터졌다. 난 그가 이렇게 해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올해 믿기 힘든 홈런을 여러 개 쳤다”며 “사람으로서도 조원빈은 정말 좋은 친구다. 누군가를 만나면 항상 뭔가 배우려 하고,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곤 한다. 항상 배움에 열리있다. 매 경기 내가 잘하고 싶은 만큼 그가 잘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피오리아 시절부터 조원빈을 지켜본 패트릭 앤더슨 스프링필드 감독은 “타격 파트에서 조원빈에게 인내심을 갖고 지도하며 함께 훌륭한 일을 해냈다. 더블A에 와서도 자신의 계획과 루틴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조원빈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며 “먼 길을 걸어왔고, 노력과 헌신이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도 자신의 계획에 따라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제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조원빈은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정말 큰 축복이다. 내가 좋은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 스스로를 믿고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고,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전만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제 내가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