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 선거의 틀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대한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 회장 선출 기한을 최장 240일까지 늘리면서 선거인단 확대를 가로막던 시간적 제약이 사실상 사라졌다.
대한체육회는 23일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제17차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회장 선출 기한 연장과 회장 직무대행의 업무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회원종목단체 규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회장 궐위 시 후임 회장 선출 기한을 현실화한 것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회원종목단체는 회장이 사임하거나 자리가 비었을 경우 60일 안에 후임을 선출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대한체육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출 기한을 60일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최대 연장 기간은 6개월이다.
이에 따라 회장 궐위 이후 후임 선출까지 주어진 시간은 기존 60일에서 최장 240일까지 늘어났다.
개정 규정은 현재 회장이 공석이거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단체에도 적용된다.
정몽규 전 회장 사임 이후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번 개정의 적용 대상이다.
축구협회는 차기 회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선거인단 확대와 직선제에 가까운 선출 방식 도입 요구를 받아왔다.
그동안 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300명 이내의 제한된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실패 이후 협회의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와 이른바 '밀실 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회장 선거 제도 역시 개혁 대상으로 떠올랐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박지성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K-축구 혁신위원회도 선거인단을 최소 수천 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존 규정 아래에서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회장 공석 발생 이후 60일 안에 선거를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선거인단 기준을 새로 만들고 정관과 관련 규정을 손질한 뒤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까지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한체육회 자체도 제한된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다는 점 역시 축구협회의 선거 제도 개편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6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회장 선거인단을 기존 약 2000명에서 9만여 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회원종목단체의 회장 선출 기한까지 연장하면서 축구협회도 선거인단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회장 직무대행의 권한도 넓어졌다.
기존 규정상 직무대행은 정책 변경이나 인사 등 현상 유지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와 이사회를 소집하고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용수 직무대행 체제의 축구협회도 자체 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선거인단 확대와 선거 방식 변경 여부를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이 곧바로 완전한 직선제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협회 내부 절차와 정관 개정, 선거인단 구성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다만 기존 60일이라는 촉박한 선출 기한이 최장 240일까지 늘어나면서 적어도 시간 부족을 이유로 선거 제도 개편을 미룰 명분은 약해졌다.
수장 공백 상태인 축구협회가 이번 제도 변화를 실제 선거인단 확대와 회장 선출 구조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