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월드컵 32강 탈락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만 밀어내지 않았다. 루디 푈러 독일축구협회(DFB) 스포츠 디렉터도 사퇴 직전까지 갔지만, 새 사령탑 위르겐 클롭의 잔류 요청을 받고 2028년 유럽선수권대회까지 남기로 했다.
푈러는 27일(한국시간) 독일 마인츠에서 열린 국제감독총회에서 월드컵이 끝난 뒤 자신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 이후 계속 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고 실제로 마음이 흔들렸다며 “거의 그만둘 뻔했다”고 털어놨다.
독일은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에서 파라과이와 연장전까지 1-1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너졌다. 카이 하베르츠와 닉 볼테마데, 요나탄 타가 승부차기를 놓쳤다. 독일이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패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2018 러시아 대회와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참가국이 48개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도 첫 토너먼트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세 대회 연속 16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남겼다.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독일 축구의 위기는 감독 한 명의 거취로 끝날 수준이 아니었다.
나겔스만 감독은 탈락 뒤 DFB 수뇌부에 직무 해제를 요청했다. 협회는 3일 계약을 즉시 종료했다. 스포츠 부문을 이끈 푈러까지 물러났다면 감독과 스포츠 디렉터가 동시에 사라지는 추가 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다.
푈러의 결정을 바꾼 인물은 클롭이었다. 그는 DFB 지도부와 새 감독을 차례로 만난 뒤 2028년 유럽선수권대회까지 남은 계약을 이행하기로 했다. 푈러는 클롭처럼 거대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 “남아야 한다”고 말해준 것이 기뻤다며 자신의 방식으로 새 사령탑을 돕겠다고 밝혔다.

클롭도 공식 취임 자리에서 푈러와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푈러는 오랜 기간 대표팀과 협회 안에서 선수단과 행정의 연결 고리를 맡았다. 월드컵 실패 뒤 책임을 지고 떠나려던 인물은 새 감독이 먼저 붙잡은 핵심 조력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푈러는 독일이 다시 대중을 끌어당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매력적인 경기를 보여주고 2028년 유럽선수권에서는 이번보다 나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요구다. 클롭에게는 사람을 움직이고 새로운 시도를 밀어붙일 권위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겔스만 체제의 마지막을 향한 평가는 냉정했다. 푈러는 나겔스만에게 더 이상 지지 기반이 없었고 모든 결정이 부정적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반면 클롭은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기다림을 끌어낼 무게와 신뢰를 이미 갖췄다고 봤다.
DFB는 24일 클롭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 월드컵까지 4년이며 8월 15일부터 대표팀을 지휘한다. 피터 크라비츠와 펩 레인더스, 스벤 벤더가 코치진으로 합류한다.
클롭 체제의 첫 공식 시험은 9월 2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네덜란드 원정이다. 독일은 더 이상 시간을 벌 수 없다. 실패의 대가는 이미 컸다. 사퇴 직전에서 돌아선 푈러는 그 경기부터 2028년 유럽선수권까지 독일 축구 재건의 결과를 클롭과 함께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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