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를 둘러싼 거센 후폭풍을 두고 일본의 한 정치학자가 "한국 사회의 직접 민주주의 성향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한국 축구가 국민적 비판을 받게 된 핵심 원인은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고베대학의 기무라 간 교수는 최근 뉴스위크 일본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월드컵 탈락 이후 이어진 한국 축구계 혼란을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한국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인범, 오현규 등 황금세대를 앞세우고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고, 대한축구협회의 행정과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회 청문회까지 열리게 됐다.


기무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단순한 축구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문화와 연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팀 탈락 직후 SNS를 통해 "모든 조직은 민주적 구성과 통제, 권한과 책임의 일치가 중요하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는 정치인뿐 아니라 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도 국민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직접 민주주의적 사고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독립된 민간단체이며, FIFA 역시 정부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문화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 분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만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논란,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 책임 있는 설명 부족 등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국민적 불신이 폭발했다는 것이 국내 축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팬들의 요구도 단순한 성적 비판에 머물지 않았다. 감독 선임 과정 공개와 협회 운영 방식 개선,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기무라 교수는 이를 한국 사회의 직접 민주주의 성향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역시 체코전 승리 당시에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격려했지만 탈락 후에는 협회 운영을 비판했다"며 "민심은 결과에 따라 언제든 바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절차적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와 FIFA가 보장하는 축구협회의 자율성은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다. 협회의 독립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 역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요구 또한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한국 축구 논란의 핵심은 민주주의가 지나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에 있었다는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