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 계열사 임원이 11년 동안 협회 핵심 행정을 맡고 약 10억 원을 받은 사실을 두고 "축구협회가 사실상 회장 개인 회사처럼 운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30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현안질의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임원의 장기 파견과 내부 정보 공유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상무보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대한축구협회 행정지원팀장으로 근무했다.

A씨는 인사와 총무, 회계, 계약 등 협회의 주요 행정 업무를 총괄했다. 이 기간 자문료와 수당 등의 명목으로 약 1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인사 규정상 파견 기간은 최장 2년이지만 A씨는 별도의 근거 없이 약 11년 동안 근무를 이어갔다. 자신의 자문료가 인상되는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감사에서 지적됐다.
문체부는 회장사 임원이 협회 행정과 내부 정보를 장기간 관리한 구조 자체를 문제로 봤다.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는 협회와 해외 설계사가 주고받은 자료 일부가 HDC 측에 전달됐고, A씨가 이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축구협회를 도와준 것은 있어도 이득을 본 것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실제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협회 정보가 회장사에 공유될 수 있었던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득을 봤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조직의 살림과 정보가 특정 기업에 통째로 열려 있었다는 사실이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회장사 직원에게 11년 동안 약 10억 원을 지급하며 협회 핵심 업무를 맡긴 것은 축구협회가 회장 개인 회사처럼 운영돼 왔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감사 이후에도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문체부 감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4년 11월 협회를 떠나 자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체부는 2025년 2월 관련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수사는 약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회장사 직원의 장기 파견을 막기 위한 규정 개정도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특정감사를 통해 감독 선임 절차를 포함한 27건의 위법·부적정 사례를 적발하고 정 전 회장 등 주요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재심의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관련 처분은 현재까지 집행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감사 이후 1년 넘게 후속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협회가 스스로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처분 이행 여부를 끝까지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현안질의에는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reccos23@osen.co.kr